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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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에 관한 한 갈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위대한 이야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핑핑 돌아가는 장애물, 방해, 난제를 제시해야 한다. 각 이야기의 순간순간은 도입하는 문제로 인해 참신해진다. 그렇다고 갈등을 닥치는 대로 던져 넣거나 구조가 결여되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마찰과 대립은 이야기에 복무해야 하고, 난제는 캐릭터를 시험하는 의미심장한 것이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각 이야기는 중심 갈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플롯 형식의 수가 제한되어 있듯, 갈등을 위한 기존의 문학 형식도 정해진 몇 가지가 있다.         p.20~21

 

윌북에서 출간되는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어 오고 있다. 여타의 글쓰기 관련 작법서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디테일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사전>에서는 캐릭터가 겪을 수 있는 118가지의 트라우마 종류를 소개하고, 그로 인해 캐릭터가 겪는 감정과 행동은 물론, 상처를 악화시킬 만한 사건과 극복할 기회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디테일 사전>은 도시와 시골 편으로 별도로 출간되었는데, 생생한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과 다양한 기법 등을 풍부한 예문과 함께 작가들이 배경으로 삼을 만한 장소들을 총망라했다.

 

<캐릭터 직업 사전>에서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등장인물에 좀 더 디테일한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싶을 때 필요한 인물의 직업을 둘러싼 모든 설정들을 한데 집약했다. 이 시리즈는 상상 속 인물에게 현실성을 입히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업그레이드시키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는 디테일의 끝판왕이자 백과사전이며, 작가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들이 옆에 두고 읽으면서 글쓰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독자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특히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통해서 허구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한 권씩 모으고 있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점 하나, 갈등은 이야기를 앞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작가가 뒤쫓고 싶어 할 만한 흥미롭고 강력한 시나리오는 많지만, 스토리텔링의 모든 측면이 그러하듯,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자신(자신의 흥미와 욕망)을 캐릭터와 이야기에 투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술에 취해 싸우는 장면을 쓰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난투극이 주인공에게 있을 법한 장면인가? 그 장면은 약점이나 욕구 등 캐릭터에 대해 뭔가 드러내는가? 아니면 그저 지루한 장면에 '양념을 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p.102

 

이번 신작 <딜레마 사전>은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갈등과 딜레마 양상을 집약한 책이다. 현실에서는 누구나 질색하며 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갈등이지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라면 문제가 다르다.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온갖 곤경과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예측 불가능한 갈등이 넘칠수록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인간사의 온갖 고통과 고뇌, 수많은 갈등 양상과 그 속에서 비롯되는 인물의 행동과 감정이 모두 담겨 있다. 가정 폭력, 결혼 강요, 배신당하거나 버림을 받고,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피우고, 불륜이나 부정을 들키며, 거짓말을 들키고,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실수로 일을 망치며, 아이가 아프거나 직장을 잃는 등 바로 장면에 적용해도 될만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시들이 가득하다.

 

아마도 작가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소설을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장르를 불문하고 현업 작가들이라면, 책장에 꼭 구비해두어야 할 책인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갈등 유형 110가지만 완벽하게 마스터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갈등과 딜레마 상황에 대해 통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도무지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고, 서사를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웹소설 등 기성 작가들에게도, 혹은 작가가 되고 싶은 작가 지망생에게도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독자 입장에서 소설의 구조를 파악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분석하는 등 더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이야기를 즐기고 싶을 경우에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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