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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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학교에서는 틀림없이 남을 믿으라고 가르칠 줄 알았어. 성선설을 부르짖는 줄 알았다고."
"왜요?" 라고 묻는 소년은 '성선설'이라는 말뜻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난 얼마 전에야 마리아한테 배웠는데, 하는 생각에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뇨, 선이나 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p.121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으로 데드풀 감독 X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불릿 트레인> 원작소설이다. 기존에는 원제인 <마리아비틀>로 출간되었으나, 영화 개봉을 기념하여 영화 제목과 동일한 ‘불릿 트레인’으로 제목을 변경하고, 영화 포스터를 표지로 한 특별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무비 에디션을 위해 특별히 ‘불릿 트레인 티켓’ 독서카드용 책갈피를 제작하였으며 이사카 고타로가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친필 메시지를 남겼으니, 작가와 영화의 팬이라면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킬러 시리즈'는 <그래스호퍼>, <불릿 트레인>, <악스>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그래스호퍼>는 냉혹한 살인청부업자들과 아내의 복수를 꿈꾸는 어수룩한 전직 수학 교사 스즈키의 쫓고 쫓기는 하드보일드 느와르였고, <불릿 트레인>은 생사를 헤매는 아들을 위해 놓았던 총을 다시 잡은 남자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기묘한 킬러 콤비 등 여러 인물들이 우연과 필연 끝에 절묘하게 얽히는 액션 활극이다. <악스>는 겉보기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실제로는 베테랑 킬러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청부살인업계에서 은퇴해 떳떳한 가장이 되고자 하는 꿈과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해 살인을 계속하게 되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킬러의 일상을 그렸다.

 

 

 

"저어, 형.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왕자가 별안간 그런 질문을 던졌다... "전부터 이상했어요. 안 그래요? 전쟁 같은 데서 사람을 죽이고 사형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런데 살인은 안 된다니."
"지금 막 사람을 쏜 나한테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군... 잘 들어.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살해되고 싶지 않은 녀석들이 만든 규칙일 뿐이야.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보호받고 싶은 녀석들이 만든 거지. 나한테 묻는다면, 살해되고 싶지 않으면 살해되지 않게 처신하면 된다. 남에게 원한을 사지 않는다거나 신체를 단련한다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야. 너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테고."     p.460~461

 

왕년에는 킬러였지만 현재는 한낱 알콜 중독자에 불과한 ‘기무라’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향하는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여섯 살 어린아이를 백화점 옥상에서 떠밀어 중태에 빠뜨린 소년 ‘왕자’를 찾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영악한 왕자가 오히려 기무라의 행동을 예측해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기무라는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자리에 묶인 채로 앉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콤비 킬러인 '밀감'과 '레몬'은 인질로 잡혔던 보스의 아들을 무사히 구하고 몸값이 든 검은 트렁크를 들고 하야테에 탑승하지만, 짐 보관소 선반에 올려둔 트렁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그들이 사라진 트렁크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보스의 아들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자, 그렇게 종착역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시간 30분! 사이코패스 왕자의 잔꾀에 이들은 우연과 필연으로 얽히면서 모두들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밀폐된 기차 안에서 이들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이 작품은 킬러가 등장하는 여타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이사카 고타로만이 그려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단어 그대로 너무도 '인간적인' 킬러가 등장하는 작품은 만나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을 '인간적'이라고 설명하는 것부터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냉혹한 킬러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회와 인간이 안고 있는 어둠과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읽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위트와 유머에서 비롯되는 재미도 여전하고, 전문 킬러가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매력도 훌륭하다. 행운과 불행, 우연과 필연, 선과 악이 교차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흥미로운 구성을 만들어 내고, 질주하는 기차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의 긴장감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의 오랜만의 주연작이기도 해서 영상화된 버전도 기대가 된다. 스피디한 이야기와 위트 있는 대사, 치밀한 구성과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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