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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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면 안다. 대칭적인 선이든, 파스텔 색조든, 완벽한 구도든, 아니면 뭔가 단번에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것이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 있다. 그렇다면, '우연히'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는 세계 곳곳의 '진짜' 장소들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p.15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라고 말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은 선명한 색감과 실제 동화책을 보는 듯한 평면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구도를 대칭으로 조율하고, 의도적으로 색감을 제한하며, 극적인 연출이나 카메라 무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단 몇 장면만으로 이곳이 웨스 앤더슨의 세계라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바로 그렇게 색감과 미장센과 영상미를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세계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저자인 월리 코발은 우연히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비슷해 보이는 장소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든다. 마침 코로나 이슈로 여행이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었고, 현재 160만 팔로워를 넘으며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AccidentallyWesAnderson'계정의 내용과 사진을 엮었다. 마치 영화에서 그대로 옮긴 듯한 장소가 2백 곳 이상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세계 일주를 떠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의 스완강에 놓인 낡아빠진 판잣길의 끝에는 귀여운 느낌표 같은 내트래스 가족의 자그마한 보트 오두막이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이따금 사진을 찍으러 들르는 한줌가량의 관광객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찾아왔고 한 줌에서 몇백 명으로 늘었다. 그러고는 몇천 명이 되었다... SNS의 사진 공유가 어떻게 하여 이 놀라우리만치 별 특징 없는 유기적인 온라인 명소를 탄생시켰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푸른 보트 오두막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있을 정도다.          p.339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맬리스 초콜릿 공장'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교외에 위치한 이곳은 우뚝 솟은 분홍색 원통형의 맬리스 초콜릿 저장 탱크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세 개의 저장 탱크에는 초콜릿을 맛있게 하는 재료 세 가지가 커다란 글자로 적혀 있다, 코코아, 우유, 설탕. 핑크빛 건물의 외관과 민트 컬러 자동차까지...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현실 버전같은 모습이기도 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하이오의 명물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초콜릿, 클래식 웨이퍼, 초코바 등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땅콩버터가 든 초콜릿 '벅아이즈'라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초콜릿도 맛보고 싶다.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오페라 호텔은 핑크빛 설탕 옷을 입은 듯한 보헤미아 스타일의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 너무도 아름다웠고, 표지에 수록된 사진이기도 한 스위스의 벨베데레 호텔도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북극권 한참 위에 있는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에 있는 눈 덮인 작은 오두막 로르부 캐빈도 너무 근사했고, 북극권에서 280마일 정도 떨어진 러시아의 도시 미르니에 있는 파란색 라디오 방송국도 인상적이었다. 1년 중 10개월 동안 겨울이 계속되어 평균 영하 40도의 기온을 견뎌야 하는 그곳 주민들에게는 라디오가 곧 일상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이다. 이 문장 하나로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전부 설명되는 듯하다. 웨스 앤더슨은 이 책에 대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들을 찍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그의 영화 세계와 정확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 책과 함께 '우연히' 보물 같은 풍경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일상 속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해 보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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