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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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다이키가, 다이키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 당연한 일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느낌이다.
학교에 있을 때의 다이키, 친구와 있을 때의 다이키, 자기 방에 있을 때의 다이키. 전부 다 상상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이즈미는 상상 속 다이키가 자신이 보고 있는 다이키와 똑같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p.68

 

평범한 주부 미즈노 이즈미는 그날 저녁 상을 차리면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비싼 양과자점의 케이크와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을 차렸다. 딸인 사라는 1지망인 대학에 합격했고, 아들인 다이키도 1지망 고등학교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반듯하고 상냥한 아이들, 결코 유복하지도 않고 주목을 받는 삶도 아니지만, 이토록 행복한 가족은 웬만해서는 없지 않을까 이즈미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아들이 간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사를 당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된다.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 경찰서에서 도주해 뒤쫓는 중이었는데, 하필 그쪽을 지나던 다이키가 휘말려 사고가 나게 된 것이다. 그날 밤 다이키는 왜 밖으로 나갔던 것일까. 어째서 순찰차를 피해 도망을 간 것일까. 착한 우리 아들이 왜 죽어야만 했을까.

 

15년 뒤, 젊은 여성이 자신의 빌라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회사 동료이자 불륜 상대인 남성도 같은 날 행방불명된다. 전과도 없고, 결혼 한지는 2년 반, 현재 아내와 아들과 셋이서 살고 있던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 남성이 범인인 걸까. 사건을 수사하는 두 형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드러난 사건의 이면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15년 전 소년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부부의 사랑 뒤에 숨겨져 있는 어둠은 무엇이었을까.

 

 

 

몇 번을 걸어도 노노코가 전화를 안 받는다. 점점 불길한 상상이 떠올라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다쓰히코는 행방불명, 게다가 살인 사건의 범인 취급을 받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았다.
두 형사가 돌아간 직후였다. 거실에는 그들이 가져온 무시무시한 비일상이 자욱하게 껴 있다.           p.133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미쓰야는 15년 전 사건 당시 도주한 연쇄 살인범을 우연히 체포했던 경찰이었다. 그리고 그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소년의 사고사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 '소년은 왜 트럭에 부딪쳐야 했는가. 왜 순찰차를 피해 달아나야 했는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유를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은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된 사건의 최초 발견자였고, 끊임없이 어머니가 살해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두 형사의 시점 외에도 사건 관계자들의 다양한 시점을 통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용의자의 아내와 어머니, 피해자의 가족 등 내 가족이 사건을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남겨진 이들의 시점으로 사건에 대해 다각도로 들여다 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왜 그는 사라졌을까. 왜 그 여자는 죽어야 했을까. 왜 그들은 보여지는 모습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던 것일까. 왜. 왜. 왜. 제목인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채로 남겨진 이들을 목소리이다. 행복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사실은 집에 들어오기 싫어했다고, 내가 알고 있던 아들이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고 깨닫는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걸까. 지금껏 자신을 좋은 엄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말이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 부부가 사실은 아무런 애정 없이 빈껍데기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 그저 평범하게, 결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으리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믿음이 깨졌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쉽게 믿고 있는 '가족이라는 환상'을 집요하게 파헤쳐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어떤 것이 보이는지, 그것을 직면하게 만들어 준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서글픈 미스터리이다. 무더운 여름, 책을 쥔 순간 몰두해서 끝까지 읽고 싶은 작품을 찾는 다면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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