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그라비아의 음모 레이디 셜록 시리즈 2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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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잉그램은 힘을 받고 싶기라도 한 듯 목에 걸린 카메오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던 차에 신문에서 홈스 씨에 관한 기사를 봤어요. 나는 홈스 씨가 악명 높은 범죄 사건에만 자문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기사를 읽어 보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더군요."
"문제는 문제니까요. 셜록은 의뢰인의 문제거리가 악명이나 선정성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지 않아요."         p.81

 

'셜록 홈스'가 빅토리아 시대 여성이라는 대담한 발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든 서사를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마법을 선사하는 '레디이 셜록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서 샬럿은 결혼이라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등식을 깨부수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가문의 명예는 떨어지고, 그녀 자신은 추문에 휩싸여 집에서 나오게 된다. 오갈 곳 없어진 그녀의 구세주가 되어 주는 왓슨 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셜록 홈스'라는 남성의 이름을 사용해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인 관찰력과 추리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신문에 광고를 수록해 의뢰를 받았고, 의뢰인들은 셜록 홈스의 진짜 성별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어퍼 베이커 스트리트의 응접실에서 샬럿과 만나게 된다. 샬럿은 자신을 셜록 홈스의 여동생으로 소개하고 사건을 해결해준다. 이 세상에 셜록 홈스라는 남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눈부신 지성을 소유한 여성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회가 한번 뒤집어 지겠지만 말이다. 샬럿은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집 안의 미스터리와 일상의 괴현상 등 소소한 고민들에 대해서도 의뢰를 받는다. 여자들이 자신이 거둔 성과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시대였기에, 샬럿은 이렇게라도 자신의 능력을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고, 그 노동으로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던 중, 샬럿의 오랜 친구인 잉그램 경의 아내, 레이디 잉그램이 의뢰를 하겠다고 찾아온다.

 

 

 

샬럿은 낭만적인 사랑은 쉽게 상하는 식품과 같아서, 한정된 시간 동안에는 가장 신선하고 맛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눈에 띄게 부패하지는 않더라도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믿었다. 사랑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주장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으므로, 그녀는 이 청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지점에서 자그마한 취향의 문제가 끼어 들었다. 그녀는 밴크로프트 경의 아내가 되는 것보다 혼자인 편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유일한 문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느냐였다.           p.324~325

 

레이디 잉그램은 결혼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결혼 후에도 애인을 일 년에 한 번 만나왔다. 특정한 시간, 장소에 잠깐 산책하는 것만으로 서로 살아 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올해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 사람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레이디 잉그램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조사하던 중 샬럿은 그가 자신의 배다른 오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샬럿은 밴크로프트 경으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고, 자신이 어차피 결혼 생활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과 지킬 수 있게 되는 것들 때문에 말이다. 물론 샬럿의 성격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녀가 청혼을 수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샬럿은 레이디 잉그램이 의뢰한 실종 사건과 10년 전 암호에 얽힌 살인 사건을 해결하며, 거기에 언니 리비아가 한눈에 빠져든 수수께끼의 낯선 남자에 대한 문제와 자신이 받은 청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운명의 라이벌이 될 모리아티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전작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배경에 대한 묘사와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비해, 두 번째 작품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위험한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 샬럿 홈스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 세 번째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레이디 셜록 시리즈는 현재 6권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다. 완벽한 추리력과 냉철한 카리스마보다는 조금 더 다정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셜록 홈스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사건 해결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무심하고 까칠했던 셜록 홈스만 알고 있던 당신에게, 이 시리즈는 시대의 관습에 구애 받지 않으며, 당당하고 자유로운, 게다가 사랑스러운 셜록 홈스를 만나게 해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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