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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평점 :
"이러저러한 것이 아주 좋다면, 왜 모든 동물이 그것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일까? 왜 돼지를 비롯한 모든 동물이 날개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일까?" 많은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날개를 진화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적 변이를 자연 선택이 결코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돌연변이가 출현하지 않았고, 아마 돼지의 배아 발생때 이윽고 날개로 자랄 수도 있을 작은 돌기가 나오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날개가 돋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곧장 그 답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생물학자 중에서 조금 별나다고 할 수 있다. p.61~62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리처드 도킨스가 그랬던 것처럼 새처럼 나는 꿈을 꾼 적이 있고, 어린 시절 그런 꿈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꿈속에서는 날개가 없더라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늘 위를 날고, 높이 치솟았다가 아래로 휙 내려가기도 하면서 삼차원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마녀처럼 빗자루를 타고 허공을 붕붕 날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으니, 이번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이 책에는 신화 속 이카로스, 새처럼 날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비행을 도울 기계를 설계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멸종한 익룡, 최초의 동력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비행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날개가 동물의 생존에 좋다면, 현실에서 어떤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고, 그렇다면 모든 동물이 날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비행이 쉬울 수 있는 수학적인 조건을 짚어보고, 무동력 비행과 동력 비행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 기계와 공기보다 가벼운 비행 기계의 차이에 대해서, 인류 기술의 역사를 돌아보고, 중력에 맞서는 마지막 방법인 '무중력' 상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후반부에 수록된 식물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왜 비행을 다루는 이 책에 등장했을까 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공중을 날지 못하는 대신 다양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비행에 상응하는 일을 하는데, 그 내용이 아주 재미있었다.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만나보라.
동물의 비행은 사람이 만든 기계의 비행보다 더 복잡하며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는 치는 날개가 동물의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비행기 원리) 동시에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기도(헬기와 더 비슷하게) 하기 때문이다. 새가 나는 영상을 저속으로 틀면서 지켜보면(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희망이라도 품으려면 느리게 봐야 한다), 날개가 단지 위아래로 팔락거리는 것만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다. p.170
첫 페이지부터 흥미진진한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다. 이번 작품은 중력에 맞서 비행 능력을 발전시켜 온 생물의 진화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 썼다. 비행하는 대표적인 생물인 조류부터 곤충, 몽골피에의 열기구와 라이트 형제가 만든 최초의 동력 비행기까지 비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상을 다루고 있어 비행에 관한 백과사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 지난 수백 년에 걸쳐서, 그리고 동물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발견한 중력에 맞서는 온갖 방법들은 놀라우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현상의 이면에 숨은 과학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 도킨스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비행이 주는 이점과 단점을 분석하고, 왜 일부 동물은 날개를 버린 것인지, 유전자 생존과 자연 선택이라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정말 술술 잘 읽힌다. 게다가 거의 매 페이지마다 삽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풀컬러와 세심한 디테일로 도킨스의 무한한 상상력을 사실적으로 구현해주고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를 몇 장만 넘겨 보아도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한 일러스트들이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비행이 중력으로부터 세 번째 차원으로의 탈출인 것처럼, 과학은 일상생활의 평범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는 도킨스의 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멋진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