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터스위트 - 불안한 세상을 관통하는 가장 위대한 힘
수전 케인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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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비극의 패러독스'라고 부르며 수세기 전부터 수수께끼로 여겨왔다. 왜 우리는 다른 때는 어떻게든 슬픔을 피하려 들다가 가끔씩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걸까? 현재 심리학계와 신경학계에서도 이런 의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지금까지 여러 이론을 내놓았다. '월광 소나타' 같은 곡이 상실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치료법이 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혼자만 슬픈 게 아님을 알게 해준다 등의 이론이다.       p.87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달콤씁쓸(Bittersweet)한 상태란 무얼 말하는 걸까. 왜 우리는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기쁘면서도 슬픈 양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일까.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보여주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콰이어트>의 수전 케인은 이번 책에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인간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양립된 감정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다양한 연구 자료와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들려 준다.

 

책의 서문에 달콤씁쓸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테스트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경향을 띠고 있는지 파악한 뒤에 이 책을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수전 케인은 고대의 4가지 체액설, 즉 우울질(슬픔), 다혈질(행복), 담즙질(공격성), 점액질(침착성) 중에서 우울질에 방향을 맞춰 '달콤씁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갈망과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에 잘 빠지는 성향이라면 아주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빛과 어둠, 생과 죽음은 언제나 항상 붙어다니곤 한다. 이는 삶의 비극은 희극과 피할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것들도 있으며 모든 상처가 다 치유되어야 하는 건 아님을 서로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 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서로 기억해줘야 해요. 사별의 슬픔이 여러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고요. 슬플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또 그러기 마련이라고요. 같은 해나 같은 주에, 심지어 같은 숨을 내쉬는 순간에도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고요."       p.308~309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픈 감정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 우리 중 3분의 1은 슬픔과 비애 같은 감정을 가진 것에 대해 자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우는 건 꼴불견인 것 같고, 슬픔은 침울하고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달콤씁쓸한 기질과 슬픈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달콤한 경험보다는 쓰디쓴 경험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고통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할 때가 많다. 수전 케인은 더 이상 괜찮은 척, 행복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슬픔과 같은 힘든 감정들을 진솔하게 토해내면 우리의 인생은 놀라운 가능성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슬픔과 갈망, 초월이 창의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흥미로웠다. 한 경제학자가 언어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음악가들이 일생 동안 쓴 서신을 연구했다. 그 중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언급한 경우를 추적해 그 시기에 작곡한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결과 부정적 감정 중에 슬픔이 주의력을 더 예리하게 해주고, 집중력과 꼼꼼함을 높여주며,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완전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전 케인은 <콰이어트>에서 사회가 선호하지 않았던 내향적인 사람들에 관한 새로운 힘을 발견했었는데, <비터스위트>에서도 사람들에게 등한시되고, 외면당하고, 왜곡당했던 슬픔이라는 감정 상태에 대해 놀라운 발견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아주 세밀하고도,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어 흥미로웠다. '긍정의 횡포' 속에서 진정성 있는 삶과 일을 이어가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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