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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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만 보고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신작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바로 제목때문이다. 원제가 <The Art of Living>인데, 어떻게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로 의역이 된 것인지 의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과는 별개로 '샤워'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페이지를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을 사용했는지 짐작이 되기도 하지만, 제목만 보고는 어떤 책인지 모를 것 같아 살짝 아쉽긴 하다.

 

책 컬렉터이자 작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랜트 스나이더가 쓰고 그린 만화 에세이 <책 좀 빌려줄래?>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장난스럽고, 유쾌하지만, 책덕후들에게는 뼈 때리는 공감을 불러 오는 따뜻하고 위트넘치는 만화였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역시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카툰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졌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서 복잡한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의미는 무엇을 통해 찾을 수 있을까, 충실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우리 앞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누가 알까, 등등 그랜트 스나이더는 이번 작품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삶의 근원적인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삶을 제대로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비 오는 날 첨벙거리기, 새 구경하기, 생각 메모하기, 책 냄새 맡기, 주변에서 파란색 찾기, 어두운 새벽에 여행 떠나기, 아무것도 안 하기 등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느슨한 삶의 기술'들에 대해서 말이다.

 

 

누구나 비슷비슷하게, 어제도, 내일도 특별할 것 없는 각자의 일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해지는 방법과 지루함을 해결할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랜트 스나이더가 알려주는 것은 조금 특별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상상력을 아기자기한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다 돌아간 식기세척기에 얼굴 집어넣기, 새 쫓아다니기, 그림 만져보기, 마당에 무성한 잡초 방치하기. 그리고 지루함을 해결할 방법에는 또 이런 것들이 있다. 비행기에서 우리 집 찾기, 나무와 친구 하기, 꿈 내용 재현하기, 빗속에서 발라드 부르기, 열차 안에서 모르는 사람 그리기, 출근 방법 바꿔보기.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에 지루한 건 없어!'를 외치게 될 것 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어른이 되면서 비가 오는 날씨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비가 오면 신발이 젖고, 습도가 높아져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길을 걷다 물벼락을 맞을 확률도 있고, 우산을 들고 다니기 귀찮고 등등.. 번거로운 일 투성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비 오는 날에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 구경하기,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의 리듬 듣기, 폭신한 의자에 앉아 딱딱한 책 읽기, 담요로 요새 짓기, 밝은색 비옷과 싸구려 우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 일렁이는 불빛 위에서 첨벙거리기.. 등등.. 비가 오는 날에 해야만 더 재미있고, 더 분위기 있는 소소한 일들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그랜트 스나이더의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보아야 더 사랑스럽다.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들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기발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도 좋고, 무작위로 골라 아무 페이지나 골라서 읽어도 좋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순간,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우울할 때, 벽에 부딪친 것 같은 기분일 때도 이 책이 생각을 전환하고,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물론 그냥 가볍게 읽어도 너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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