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식당 웅진 우리그림책 88
김경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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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어스름밤이 되면, 수풀 속 '누구나 식당'의 문이 열린다. 식당 앞 입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배고픈 이는 누구나 들어오세요. 돈 없어도 괜찮습니다.'

 

숲 속 풍경은 어둡고 조용하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느라 다들 분주하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동안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여치 중창단,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송충이 직원, 손님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렁이 경비원, 뭐든지 척척 해내는 무당벌레 매니저, 실내 장식 담당 들풀거미가 손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주방에는 어떤 음식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사마귀 주방장과 반죽의 달인 쇠똥구리 부주방장, 주방의 숨은 일꾼인 개미 주방 보조가 음식 준비에 한창이다. 누구나 식당은 배달도 되는데, 신속 정확하게 음식을 배달하는 것은 바로 잠자리 배달맨이다.

 

 

곧 손님들이 하나둘 식당에 도착한다. 택배 물량이 부쩍 늘어서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한 장수풍뎅이 택배 기사들, 손님이 많아서 유난히 피곤한 방귀벌레 미용실 원장님, 깜깜한 숲길을 비춰주어 충돌 사고를 줄이는 반딧불이, 아기 거미들을 돌보느라 지친 늑대거미 엄마, 종일 바빠서 한 끼도 못 먹었다는 자벌레 등등... 다양한 손님들이 누구나 식당을 찾았다.

 

사마귀 주방장은 손님 하나하나를 꼼꼼히 관찰하고, 각각의 손님에게 어떤 음식이 필요한지 감을 잡는다. 힘을 많이 쓴 택배 기사님들에게는 꿀이 듬뿍 들어간 딸기 버거, 방귀벌레에게는 방귀 걱정 뚝 소시지와 쾌변 요구르트가, 기운없는 반딧불이에겐 내가 비춰 줄게 꿀차와 여치 중창단의 부드러운 노래가 힘이 되어 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비를 쫄딱 맞은 가냘픈 몸의 하루살이를 위한 음식이다. 자, 사마귀 주방장은 겨울을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루살이에게 어떤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줄까?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식당,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지친 상태로 찾아 가면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 음식을 만들어 주는 곳.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힐링 음식점이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상황에서 매일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사람도, 종일 아이들을 쫓아 다니며 자신은 잊어 버리고 사는 이에게도, 매일을 치열하게 각자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니 늦은 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면 자신을 위해 뭔가 음식을 만들어 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정성껏 차려 주는 밥상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밥상의 무게가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 되니 말이다. 부지런히 보낸 하루의 끝, 나를 위해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드는 힐링 그림책이었다. 시리즈로 이어지더라도 재미있을 것 같은 누구나 식당의 다양한 캐릭터들과 손님들도 너무 귀여워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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