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스콜라 창작 그림책 31
원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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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려, 온 세상이 백색으로 물들었다. 늦은 밤 눈길 한 켠에 아기 고양이가 누워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에게 곰 아저씨가 다가온다. 친절한 웃음을 띤 곰 아저씨는 노랑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고, 아기 고양이를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곰 아저씨를 만난 아기 고양이는 꿈 같은 길을 떠난다. 구불구불 고개를 넘으며 여기 저기 핀 꽃들도 보고, 울퉁불퉁 들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정다운 친구들도 만나고, 보고 싶은 엄마도 만나 아기 고양이는 행복하다.

 

이루고 싶었던 꿈들을 이룬 아기 고양이는 다시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길 위의 작은 동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차가운 도로 위 쓸쓸하게 떠나는 동물들이 저 세상으로 가는 꿈길에서는 부디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한다. 보살펴 주는 이 하나 없는 길 위의 동물들도 ‘나 여기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주길, 누군가 자신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 주길 말이다.

 

 

극중 곰 아저씨는 먼 길을 떠나는 아기 고양이의 곁에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준다. 검푸른 강을 건너고, 사나운 파도를 헤쳐 나갈 때도, 으스스한 도깨비 숲을 지나, 비바람 부는 언덕을 오를 때도 말이다. 아기 고양이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먼 길을 떠날 때에도 무섭지 않도록 말이다.

 

굵은 선과 거친 느낌의 검은 목탄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아기 고양이의 외로운 마음과 혼자라는 쓸쓸함을 은은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을 써서 아기 고양이의 바람과 희망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마지막 장면은 담담하거, 잔잔하게 여운을 남겨 준다. 먼 길 떠나는 작은 동물들에게, 우리가 곁에 있다고 작은 위로의 마음을 건네면서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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