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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친했던 친구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서먹해졌다. 긴 겨울 방학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방과 후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만큼 가까웠던 같은 반 친구였는데, 방학 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 개학 후 마주쳤더니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던 거다. 그렇게 딱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기 어려워지고 말았다.
다툼을 한 것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내 친구가 신경이 쓰인다. 친구가 내게 먼저 말 걸어주기를 기다렸지만, 봄이 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던 나는,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큰 용기를 낸다.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편지를 쓴 것이다.
친구 집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는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과연 친구에게 답장이 올까?
휘리 작가가 유년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를 그림책으로 구성해 펴낸 책이다. 특히나 겨울과 봄, 여름 그리고 가을로 이어지는 투명한 수채화 그림들이 너무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홉 살 아이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풍경으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그림만 보더라도 스토리가 눈 앞에 펼쳐지는 작품이다.
친구와의 우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어린이의 마음은 어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틋하고, 궁금하고, 설레이고, 고민이 된다. 사이가 멀어진 친구에 대해서 원망하는 마음을 갖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마음이 참 예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어린 시절 친구와 다투고 밤잠을 설쳐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사이가 멀어진 친구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도 한번쯤 있을 것이다. 먼저 화해하고 싶지만 손을 내밀기가 어려워서, 친구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던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관계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것 중에 하나이니 말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먼저 한 걸음만 다가가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하지만 우정이란,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기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유지된다. 한쪽에서 용기를 내면, 반드시 상대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오게 마련이다. 극중의 어린이가 먼저 용기를 낸 것처럼, 지금 누군가와 관계가 서먹해졌다면 딱 한 걸음만 내디뎌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