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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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대체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마코토는 카운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나온 말에 헉 하고 입을 가렸다. 마스터가 컵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에는 큰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 때도 있어. 거기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고 떠밀려 물에 빠졌다고 자신을 비하할 건 없지. 파도가 밀려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내가 경외하는 하드보일드 작가, 쓰노다 고다이 선생님 책의 한 구절입니다.”            p.80

 

잡지 편집자로 일하다 어이없이 실직한 마코토는 기분 전환을 위해 거금을 털어 호텔에 묵었는데, 그날 밤 호텔이 불이 나는 바람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불에 타 죽은 여자의 시체를 맨눈으로 보고 말았던 것이다. 쇼크와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려 지인의 소개로 카운슬러를 소개받았지만, 수상한 신흥종교를 권하는 바람에 도망치다 왼쪽 발목을 삐고 만다.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서 해수욕장을 찾아와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바다를 향해 '나쁜 놈아!'를 외치려고 했지만, 파도에 밀려 자신의 발밑에 쓸려 온 것은 바로 사람의 시체였다. 아무리 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하는 일마다 불운을 가져오는 것도 참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체를 발견한 목격자이자 참고인으로 그곳에 머물게 된 마코토는 우연히 들른 로맨스 소설 전문 고서점에서 주인 할머니의 부탁으로 임시 점장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불운은 그치질 않고 계속 이어지는데..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코지 미스터리와 시트콤 사이를 오가며 펼쳐지는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티격태격 로맨스에,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잘 버무러져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큭큭 웃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니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되는 작품이다.

 

 

"이봐요.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요. 뭐가 <바람과 함께 사라디자>예요, 발이 좀 미끄러진 것뿐이잖아요. 정말로, 정말, 어째서 나만 이런 꼴을 당하는 거냐고요."
"아, 죄송. 말이 잘못 나와서."
당황한 고마지의 사과를 들으려고도 않고, 마코토는 말이 점점 더 격해졌다.
"실직당해 경황 없는 사람이 지인한테는 속고, 바다에서는 사체가 나오고, 호텔에는 불이 나고, 중화냄비로 얻어맞고, 도둑이 들고 게다가 또 사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동네냐고요. 여기는."        p.257~258

 

와카타케 나나미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출간되었다.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삼부작이 모두 함께 예쁜 표지로 다시 나온거라 소장용으로도 그만이다.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으로,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은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으로 제목도 모두 바뀌었다. 이 시리즈는 하자키라는 가상의 해안도시를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로, 낭만적인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사건과 별난 캐릭터, 감칠맛 나는 전개가 어우러진 유쾌한 미스터리 삼부작이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각 권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무엇을 먼저 읽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려 십 년도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다, 표지며 제목이 모두 달라져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1권에서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하자키 목련 빌라를 배경으로, 2권에서는 하자키역 앞 상점가에 있는 진달래 고서점, 3권에서는 하자키 반도 끝에 있는 고양이섬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련 빌라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사체, 하자키 해변에서 발견된 익사체, 고양이섬 민박집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괴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미스터리가 이어진다. 모두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용의자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무겁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페이지가 쓱쓱 넘어간다.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하자키 경찰서의 고마지 반장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외의 인물들도 다른 시리즈에서 단역처럼 소설 곳곳에 등장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자키 시리즈에 대해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근사한 코지 미스터리의 세계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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