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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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루리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루리 작가의 그림에 드라마 창작 집단 ‘글라인’이 글을 더했다. 사실 이 작품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첫 장을 넘기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악어의 얼굴, 그 옆으로 "나는 악어야"라는 문장 하나만 있을 뿐인데도 뭉클해진다. 악어의 눈에 비친 도시의 불빛들과 표정에서 쓸쓸함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체 악어가 왜 도시에서 살게 된 걸까. 사람들을 위협하는 겉모습 때문에 모두 악어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하지만 악어는 어떻게든 그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는 고독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래층엔 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다.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해 누구든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으니 말이다. 그러니 도시에서의 삶이란 아무도 날 간섭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 아무도 찾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하게 표현된 악의 삶이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것은 우리가 바로 그러한 도시에서의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혼자이고 싶지 않은 이들은 소속감을 찾게 되고, 점점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보다는 사회가 바라는 이상향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본모습을 잃어 버리게 된다. 마치 이 작품 속 악어처럼 말이다. 사람들에게는 없는 커다란 꼬리를 없애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날카로운 이빨을 깍으려 하고, 그러다 점차 악어는 자신이 악어라는 사실 조차 잊어 가고 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악어가 깨닫게 되는 통찰이 더욱 여운처럼 남았다.

 

 

색감과 구도가 굉장히 인상적이고 그림들도 아름다워 특히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지금 도서 구매 시 미니 아트포스토 4종을 받을 수 있고, 초판한정으로 컬러링북도 책에 포함되어 있다.

 

가장 아름다운 네 장면을 뽑아서 만들었다는 아트포스터는 두툼한 종이로 만들었고, 사이즈도 너무 크지 않아서 서재에, 거실에, 어디든 붙여놓기 딱 좋다.  그리고 컬러링북은 무려 열아홉 페이지나 되는 책이라, 작품 속의 감동을 나만의 컬러로 채색하면서 오래도록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컬러링 북에는 루리 작가가 이 작품을 그리면서 떠올렸던 노래 가사와 그에 대한 멘트가 수록되어 있어 더욱 특별하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어느 정도는 고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긴 하다. 게다가 남과 다르다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사회로부터 단절되도록 만든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고립되고 소외될 수밖에 없을 테고 말이다. 악어는 자신이 원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살게 됐고, 수영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잊어 버리고 물을 무서워하게 될 만큼 도시의 삶에 적응해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다. 다들 악어처럼 사회가 바라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잊어 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그림책이다. <긴긴밤>을 좋아했다면, 루리 작가의 정말 멋진 그림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는 이 책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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