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의 진실 - 진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다의 이유 2
에밀 졸라 지음, 이진희 옮김 / 이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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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실이 온전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밝혀지지 않을까 두렵다. 이것이 내 유일한 근심이다. 비밀리에 치러진 예심에 이어 비공개 재판이 진행되어도 종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러면 비로소 사건이 시작될 것이다. 침묵은 곧 공범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역사가 기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자가 있을까! 역사는, 이 사건의 역사는 제대로 기록될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책임이란 없다.       p.107

 

우리 시대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명저를 선정해 출간되는 '이다의 이유'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방>에 이어 <에밀 졸라의 진실>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은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하여 쓴 글들을 묶은 <멈추지 않은 진실>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국내에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작년에 최초로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젊은 유대인 장교가 군사기밀을 적국에 넘겼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프랑스령 악마의 섬에 유배되었다. 드레퓌스는 자신의 무죄를 외쳤지만, 사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였다. 그가 정말 적국에 기밀문서를 보냈느냐 보다 그가 유대인이며 독일계였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2년 뒤 진범이 밝혀 졌지만, 새로운 증거는 모두 묵살된 채 오히려 혐의자가 석방되었고, 프랑스 군 당국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파문이 두려워 오히려 입을 막고 진상을 덮기에 바빴다. 이 사건을 지켜 본 에밀 졸라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펜을 들었다.

 

 

 

무엇보다 최악은, 어쩌면 여러분이 이렇게 정의를 질식시킴으로써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국의 제단 위에 정직한 입법자로서의 양심을 바친 것은 그토록 나라의 안정을 바랐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가엾을 만큼 순진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미숙한 이기주의자겠지요. 여러분은 또다시 완벽하게 패배하며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힐 것입니다. 우리의 적들에게 침묵을 사는 대가로 공화국을 한 조각씩 떼어 팔아넘기며 정국을 안정시키려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p.253

 

사실 드레퓌스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에밀 졸라는 굳이 세상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언젠가 진실을 말할 사람이 있을 테고, 나서서 자기 이름에 흠을 낼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당시 에밀 졸라는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을 비롯한 작품으로 작가로서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에밀 졸라는 자신의 명성을 내려놓고, 멈추지 않는 진실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그는 '행동하는 지성'이 세상에 설 때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으며 정의 역시 자리매김한다고 믿었으며, 그러한 신념을 행동으로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에밀 졸라를 비롯해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선 이들의 노력으로 결국 드레퓌스는 12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프랑스 최고재판소가 '드레퓌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오류였다'는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러한 모든 과정이 이 책 속에 수록되어 있다. 기존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을 때 수록된 글이 11편이었는데, 이 책에는 거기서 제외되었던 두 편의 글들을 포함해 13편이 수록되어 있다.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과 에밀 졸라의 주장,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의 모든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에밀 졸라는 이 사건에 대한 첫 번째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얼마나 비통한 드라마이며, 이 얼마나 기막힌 등장인물들이 아닌가! 우리 앞에 펼쳐진 이토록 비극적인 이야기 앞에서 한 사람의 소설가로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과 감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이보다 더한 심리적인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이다. 드레퓌스 사건 행동하는 지성으로서뿐만 아니라 전업 소설가로서도 흥분하고 끌릴만한 극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를 행동하게 했던 결정적인 것은 연민과 신념, 진실과 정의를 향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지만 말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지나간 일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실과 정의의 발걸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에밀 졸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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