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키스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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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 저는 카피라이터지 사립탐정이 아닙니다."
아네모네가 반박하려는 걸 우르술라가 손을 들어 멈추게 하는 모습이 단의 눈에 들어왔다. "신문에선 저를 대머리 탐정이라 부르고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사실 그건 직업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개그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연쇄살인범을 찾아내시고......."         p.68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미술 교사 우르술라는 4개월 전에 만난 약혼자 야콥에게 푹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나이가 쉰세 살에, 그의 나이가 스물아홉이었지만 말이다. 우르술라는 이미 두 번이나 결혼한 적이 있고, 딸을 얻었고, 이혼을 해본 경험도 있지만, 지금처럼 마법 같은 느낌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호텔 운영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그와 함께할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그는 호텔 계약을 위해 그녀의 돈을 가지고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유서를 남기고 한 무더기의 약을 삼킨다.

 

 

우르술라의 애제자인 라우라는 그녀가 수업 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방으로 찾아가고, 교장 선생님과 함께 늦지 않게 발견해 병원으로 옮긴다. 다행히 그녀는 무사했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수치스러워해서 그를 고소하거나 문제 삼으려고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안타까웠던 라우라는 아버지인 단 소메르달에게 와서 선생님하고 얘기 좀 해달라고, 아빠는 반쯤은 경찰이지 않냐고 부탁한다. 그렇게 단은 딸의 부탁을 받고 선생님을 만나러 기숙 학교로 향하고, 그 사기꾼을 잡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탐정이 되어 최초로 단독 사건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의 본업은 따로 있었고, 자신은 사립탐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지갑이 아주 훌륭한 사과의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고 단은 생각했다. 이 지갑이야말로 수사팀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선의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플레밍한테 지갑을 조사할 우선권을 주고 싶었다. 맞다, 바로 그거다! 단은 몰래 지갑을 열어보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플레밍한테 당장 알려주려고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가 이미 영광이 번쩍이는 것을 감지하는 동안에도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와 어느새 우세해졌다. 그전에 아무것도 안 봤던 것처럼 하면 그만이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p.389

 

아나 그루에의 ‘단 소메르달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전체 인구 600만 명도 안 되는 덴마크에서 75만 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시리즈로 현재 7권까지 출간되었다. 덴마크에서는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있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어 곧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무대는 작은 마을, 한정된 용의자, 매력적인 아마추어 탐정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는 미스터리를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아나 그루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북유럽 코지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단 소메르달은 잘나가는 광고기획자이자 카피라이터로 등장했다. 전편인 <이름없는 여자들>에서 광고대행사 쿠르트&코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였던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성 우울증과 번아웃 증상으로 직장을 쉬고 있다가 고교 동창인 플레밍의 수사를 도와주면서 거의 죽어버린 자신의 호기심과 직관력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 빡빡머리 시절의 데이비드 베컴과 꼭 닮아 보이는 외모로 언론에서 '대머리 탐정'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광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걸로 끝이 났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 운영하는 광고 회사를 개업한 지 4개월째 되는 걸로 나온다.

 

하지만 우연히 딸의 부탁으로 탐정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플레밍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의 접점이 발견되고,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에 뛰어 들게 된다. 광고기획자가 탐정 역할을 한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극중 단이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로 티비에 출연한 적이 있을 정도로 집 안 구조만 보고서 사람들의 프로파일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특별한 재미를 더해준다. 풍부한 연륜을 자랑하는 수사관과 동물적 감각이 번득이는 광고쟁이가 함께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도 신선하면서 매혹적이다. 북유럽 스릴러,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꼭 만나보길 추천한다.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 들게 만들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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