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와일드카드 1~2 - 전2권 와일드카드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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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야말로 현대의 마녀사냥이었고, 17세기 말 세일럼의 마녀재판에 회부되었던 그들의 정신적인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스라는 죄목 아닌 죄목으로 테일거너 조 앞에 끌려온 에이스들은 스스로 무죄임을 증명하는 일에 애를 먹었다. 당신이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란 말인가? SCARE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 중에서 그 질문에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증언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블랙리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 1권, p.332~333

 

평균적인 체격을 가진 평균적인 소년, 크로이드 크렌슨은 8학년까지 학교를 다녔고, 9학년이 되었지만 첫 달을 넘기지 못했다. 다른 많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9학년 과정을 수료하지 못한 것은 전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폭탄이 터진 것 같다고 했고, 도로에는 차들이 멈춰 서 있었으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집에 가려고 거리로 나온 크로이드는 길모퉁이에 세워진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파충류의 얼굴을 목격한다. 어떤 차들은 비어 있었으며, 인도를 가득 채운 인파의 움직임은 빠르고 시끄러웠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뉴멕시코주의 미사리 시험 발사장에 괴상하게 생긴 로켓기가 착륙했다. 그걸 타고 온 외계인은 자신이 타키스라는 행성에서 왔다고 말했다. 외모를 봐서는 누가 봐도 인간처럼 보였고,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할 줄 알았던 그는 대통령을 만나 추락한 로켓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성에서 숙주가 되는 생물의 유전자 구성과 상호작용하도록 특별 설계된 인공 바이러스를 개발했고, 그것은 사람들을 죽이는 대신에 기형으로 만드는 위험한 물질이었다. 바이러스를 실은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출발했고, 타키온은 그걸 막으려고 지구에 왔다는 거였다. 하지만 결국 '와일드카드' 바이러스가 유출되고 말았고, 바이러스애 노출된 이들의 90퍼센트가 사망한다. 생존자의 9퍼센트는 돌연변이체 조커로 변했으며, 나머지 극소수 1퍼센트는 초능력자 에이스로 거듭난다.

 

 

 

옆길로 들어서니 가면을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위아래가 뒤집힌 얼굴이나 멜론만 한 머리들로부터 도전적인 시선이 되돌아왔다. 다 새로운 형제자매들이야.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에이스 한 명당 열 명은 족히 되는 조커들이 존재했다. 운이 좋은 작자들이 망토를 걸치고 시답잖은 전문 용어로 대화하고 하늘을 날며 서로와 싸우는 동안, 이들은 이렇게 골목길에서 숨어 다녀야 한다. 에이스들은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토크쇼에 출연하지만, 괴물들과 불구자들은 조커타운에 있다.       -  2권, p.109~110

 

와일드카드 바이러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시무시했고, 끔찍했다. 이 미지의 병원체에 감염된 사람 열 명 중 아홉 병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떤 치료법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그 확률을 피해 살아 남았다고 해도 역시 그리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생존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과정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변신해서, 뭔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생존자 열 명 중 한 명,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초능력자들의 삶 역시 만만치가 않다. 각국 정부에서 이들 에이스들을 통제해 이용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초능력자 에이스들은 하늘을 날고,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흡수하고, 엄청난 생체 역장을 갖게 되는 등 초인간적인 능력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비롯해서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1987년 시리즈의 제1권 《와일드카드(Wild Cards)》에서 시작되어 2021년 현재 제29권 《조커 문(Joker Moon)》까지 출간된 초대형 SF 슈퍼히어로 시리즈 〈와일드카드〉의 첫 권이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거대한 SF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와일드카드 트러스트’라고 하는 40명 이상의 작가군이 집필에 참여하고,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조지 R. R. 마틴과 〈와일드카드〉 TV 시리즈의 책임 프로듀서인 멀린다 M. 스노드그래스가 공동 편집한, 앤솔로지 연작 형식의 SF 슈퍼히어로물이다. 각 장마다 다른 작가들에 의해 쓰인 단편들이 거대한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서 엮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굉장히 색다르고 인상적이었다.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면서도, 이 모든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시도인지 감탄하면서 읽었으니 말이다. 마블이나 DC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이 시리즈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계속 이어질 와일드카드 시리즈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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