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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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네 어린 시절에 내가 얼마나 수도 없이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될 거야. 나도 알아. 그건 포기했거든. 하지만 내가 정말로,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전장에 모든 걸 바쳤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으로.       p.23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 <불안한 사람들> 등의 작품으로 진짜 이야기꾼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번째 에세이이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빠가 된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가족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형식이다. '25년 동안 나밖에 모르는 삶을 살다가 네 엄마를 만났고 그다음 너를 만났고, 이제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한밤중에 깨어나 두 사람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서야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어'라는 대목처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전 세계에 '프레드릭 배크만 신드롬'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아빠는 처음이라 시행보다는 착오가 많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고, 진지하면서도 우스워 귀엽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다 육아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언제나 내 맘 같지 않고, 어디선가 배운 대로 아이에게 잘해보려고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신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마음만 있다면 그 어떤 물리적인 장벽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야. 시행착오도 많고. 내 경우에는 시행보다 착오가 훨씬 많다만. 나는 비판을 당하면 강박적으로 농담을 늘어놓는다. 너도 지금쯤은 알아차렸을 거라고 본다만 상격상의 단점이지. 그런데 부모가 되면 절대 부족할 일이 없는 게 사람들의 비판이거든. 요즘은 애들이 그냥 애들이 아니라 부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울이야.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         p.155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란 없을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사랑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가 마음의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아빠가 있는 집이라면 늘 웃음이 넘치고 사랑이 가득해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부모가 하고 싶은 대로만, 자기 방식대로만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서툴고, 부모 역시 처음 겪는 일들 앞에서 당황하고, 좌절하는 게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부모 노릇이라는 것이 보기보다 어렵다며, 챙겨야 할 게 미치도록 많고, 사는 게 온통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고 있지만, 매 페이지마다 그에게선 아들을 향한 애정이 넘쳐 흐른다. 그저 너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능력이 닿는 한도 안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가 되고 싶다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에, 실수 연발에, 일상은 매일같이 전쟁이지만 말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모든 부모가 슈퍼히어로인 줄 알지만, 아이에 얽힌 모든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소하고, 힘겨운 부모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뭉클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에서 빛나던 위트와 유머도 여전하고, 경험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이기에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도 많다. 결혼을 했건 아니건, 부모가 되었건 아니건 간에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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