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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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 있는 저 가게의 진열창에 <복수는 달콤해>라고 적혀 있어. 더 정확히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케빈은 옌뉘의 눈이 향한 쪽을 쳐다봤다.
"무슨 이름이 저렇지? 꼭 복수를 캔에 넣어 파는 사람들 같군,"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옌뉘가 말했다. "한 사람당 두 개씩 네 캔이면 되지 않겠어? 그 정도면 빅토르에게 복수할 만 하겠지."      p.84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광고맨으로 엄청난 돈을 벌여 들인 후고는 요즘 자신의 집 옆 길모퉁이에 사는 한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그가 언젠가부터 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을 후고의 우편함 근처에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냄새가 지독하고 파리가 들끓는 그 지저분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참다못해 쓰레기통을 직접 옮겨 놓자, 그는 경찰을 불렀다. 후고는 스웨덴 최악의 이웃을 지켜보는 몇 달 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시원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법을 어기지 않고,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는 복수에 고민하던 후고는 급기야 '복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리기에 이른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세상에 억울한 일들은 수없이 많았고, 타인에게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게 이웃집 제자, 편의점 점장, 아들의 축구 코치 등에 대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복수를 의뢰해왔고 후고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치우면서 수익을 얻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바라는 의뢰인들의 요구는 인간이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복수의 방법들이 기상천외하고, 창의적이고, 유쾌하기까지 한 것들이라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최근까지 후고는 서로를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아주 기막힌 비즈니스 콘센트를 기반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백 사람 중에서 백 명은 이따금 어떤 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된다. 백 사람 중에서 50명은 그 부당한 일을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그들 중 열 명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 이들 열 명 중에서 한 명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다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앞에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p.356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들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모두 황당함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상이 안 될 정도의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럴듯하게 굴러간다. 게다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완전히 벗어나면서 흘러가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은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 페이지를 쓱쓱 넘어가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킬킬대며 웃다가,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조바심을 내다가 보면 어느 샌가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런 황당함이 현실화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책 속에서는 그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이해가 된다는 것이 요나스 요나손이 부리는 마법의 힘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인 미술품 거래인에 대한 전 부인과 버려진 아들의 복수 또한 그렇다. 스웨덴과 케냐를 오가며 원주민 치유사가 등장하고, 평범한 청년이 마사이 전사가 되는 등 다소 황당무계하게 느겨질 만큼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리고 표현주의 미술의 숨겨진 거장으로 꼽히는 이르마 스턴의 작품이 책 속에 컬러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다 보면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요나스 요나손의 이야기 속에서는 똑똑하고 잘난 인물들은 허점투성이에 실수 연발이고, 오히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인물이 불행한 사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생생하게 살아서 심장을 파닥거리는 인물들이 사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 어수룩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힘이 우리가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을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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