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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Run with me ㅣ 노래를 그리다 1
선우정아 노래, 곽수진 그림 / 언제나북스 / 2021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5/pimg_7694311453065286.jpeg)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살다 보면 누구나 감당하기 어렵고, 버거운 일을 마주하게 된다. 막다른 골목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거나, 바닥까지 추락한 것 같은 심정일 때 그 막막함 속에서 망연자실했을 때, 곁에 있던 누군가가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면 우리는 그 힘으로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이 주는 특별한 위로가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가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되고, 위안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특별한 이야기, 긴 설명 없이 그림 자체로 나에게 말을 건네주는 것만 같은 순간, 받게 되는 감동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번에 만난 책도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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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선우정아의 정규 3집 앨범 수록곡인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그림을 얹은 책이다. 선우정아의 노래와 일러스트레이터 곽수진의 그림이 만나서 너무도 근사한 그림책이 만들어졌다.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가끔은 억지로 버티고 서는 것보다, 훌쩍 도망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고민은 잠시 버려두고, 답답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는 거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덕분에 다시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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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선우정아가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주는 마음에 대한 고마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언제나 곁에서 자기 자신보다 나의 안위를 살펴주는 이를 위한 마음을 노래에 담아서인지, 노랫말이, 음악이 더 진심으로 느껴진다. 음악을 틀어 놓고 이 그림책을 읽으면 더 좋다. 노랫말에서 전해지는 위로가 곽수진 작가의 따스한 그림과 만나서 배가 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곽수진 작가는 지금은 자신의 곁을 떠난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림으로 담담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개와의 일상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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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노랫말을 그림책으로 만들어낸 <당연한 것들>이라는 책도 흥미로웠는데, 이번에 만난 작품도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랫말에 그림을 입혀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재미있었고, 이적과 선우정아라는 싱어송라이터의 노랫말이 워낙 시처럼 아름다워서 그림들과 정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함께 개와 해변을 산책하는 모습의 표지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하는 요즘이기에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지치고 힘든 현실로부터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