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 우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김현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불필요한 부정선거 시비를 없애기 위해 대선이 끝난 뒤 그 기표 용구는 전량 폐기되었고, 1994년 통합선거법을 제정하면서 동그라미 안에 점 글자를 넣은 현재의 기표용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럼 왜 하필 이 글자를 넣은 것일까?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알아 맞히는 것이 점을 치는 것과 같다는 뜻일까? 전혀 아니다. 이 글자를 사용한 것 역시 무효표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다. 점 복 자를 사용하면 전사되었을 때도 유권자가 실제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한 것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84

 

격동과 파란의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는 1948년 국내 최초로 근대적 민주 선거가 도입된 이래 50여 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르며 발전해왔다. 이 책은 지난 선거를 통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 한국 정치사의 결정적 순간을 되돌아본다. 1948년 5월 제헌의회 선거에서 2017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동안 우리는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 스물 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으로 제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현실 정치와 선거를 무대로 펼치는 역전과 반전의 드라마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연구하고 싶었던 거라고 하니,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결과이기도 한 셈이다. 투표권이 생긴 이후로 늘 선거와 함께해왔지만, 이렇게 선거의 이모저모에 대한 정보를 접해본 적은 없었던 터라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각종 선거 용어 사전부터 시작해 선거의 역사, 기표용구 변천사와 투표용지 변천사, 그리고 선거일을 어떻게 정하는 것인지, 선거에 출마할 때 필요한 돈의 금액에 어느 정도 되는지까지 모든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극적인 승부 끝에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노무현 당선자는 곧 당선 무효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이러한 시비는 어처구니없게도 선거가 끝난 뒤 한 특수학교 교사가 허위로 작성한 '정보기관 중견 간부의 양심선언'이라는 문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정보기관이 중앙선관위의 개표 시스템을 조작했으며, 개표 분류기가 오작동해 이회창 후보의 표가 노무현 수보의 표로 계산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개표 분류기 오작동으로 표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대선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온 음모론이었습니다.     p.326

 

4.19 혁명, 유신헌법, 10.26 사태, 6월 항쟁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 뒤에 언제나 '선거'가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그동안 치뤄온 50여 차례의 선거는 우리 현대 정치사를 만든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선거제도는 드라마틱한 한국 정치사의 굴곡을 주조했고, 변화의 갈림길에 직면했을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민심을 반영해왔다. 이 책은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을 뒤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선거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와 기네스 기록, 투표 상식 등 선거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살아 숨 쉬는 선거의 역사를 통해 현대사의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은 바로 0표차였다니 흥미로웠다. 당시 득표수가 같았지만 연장자가 당선이 된 것이다. 선거비용 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선거비를 썼던 것은 총 500억 8,714원을 지출한 18대 대선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였고, 반대로 가장 적은 선거비용을 지출한 대선 후보는 5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신흥당의 장이석 후보로 13만 4,000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단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경우도 꽤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하니, 선거와 관련된 기록들은 그 자체로도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음모론과 투표 조작 논란에 대해서도 들려주고 있어, 그야말로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내년에도 선거가 두 차례 치뤄질 예정이니,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소신 있는 한 표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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