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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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란 있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아름다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거든....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하지. 어떤 사람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눈 내리는 숲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람은 많고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달라서 다 이야기하기도 힘드네.     p.9~10

 

옛날 옛적에 신데렐라라는 재투성이 소녀가 살았다. 자신의 친딸들만 예뻐하는 새어머니 덕분에 신데렐라는 하루 종일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왕의 아들인 왕자가 대규모 무도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초대장을 받은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갖은 치장을 하며 무도회를 고대했다. 언니들은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으로 무도회장으로 떠났고, 초대받지 못한 신데렐라는 불가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리고 잠시 후 대모 요정이 나타나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고, 생쥐를 말로 바꾸고, 신데렐라가 입을 아름다운 파티 드레스를 만들어 준다. 신데렐라는 파티에 참석해 왕자와 멋진 춤을 추고, 무도회장을 빠져나오다 구두 한 짝을 잃어 버리고 만다.

 

왕자는 구두 한 짝을 놓고 간 손님을 찾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신데렐라의 집까지 오게 된다. 새어머니는 자신의 딸들에게 구두가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어 준다. 자,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같다. 달라지는 것은 바로 다음 순간부터이다.

 

 

신데렐라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 전쟁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도 있게 되었어. 신데렐라는 대모 요정은 아니지만 마법 능력이 없어도 해방자가 될 수 있었어. 해방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야.    p.39~42

 

갓 구운 케이크와 차를 들고 응접실에 들어오던 신데렐라는 왕자를 보게 되고, 문득 모든 게 너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다. 부엌에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부터 시작해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말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왕자에게 말한다.

 

"그거 제 신발이에요."

 

왕자가 건네준 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꼭 맞았고, 신네델라는 주머니에서 다른 유리 구두 한 짝을 꺼낸다. 이제 신데렐라는 왕자의 신붓감이 되어 신분 상승을 하게 되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다. 신데렐라와 왕자에게 각자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리베카 솔닛의 첫 픽션이자 그림책이다. '신데델라'라는 동화를 비틀어 기존의 가부장적 서사에서 벗어나 '해방자'라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시작은 중고책방에서 파는 작은 그림 한 장이었다. 파본이 된 동화책에서 잘라 낸 책장 한 장에는 신데렐라를 맨발에 파란 누더기 드레스를 입은 활달한 소녀로 그리고 있었다. 리베카 솔닛은 그림을 뒤집어 신데렐라 이야기의 한 부분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왕자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변신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쓰인 신데렐라 이야기는 ‘그 후로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새로운 신데렐라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아서 래컴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이 더 근사한 신데렐라를 탄생시키고 있다. 아서 래컴은 수많은 고전 동화에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로 1919년작 신데렐라 이야기에 삽화를 그렸다. 리베카 솔닛의 '신데델라'는 원작의 오리지널 실루엣 일러스트를 재배치해서 이야기가 지닌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리베카 솔닛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 그 너머의 세계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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