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두 체험 스콜라 어린이문고 35
정연철 지음, 조승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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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게 많다. 아이들 앞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선생님이 툭하면 엄마를 찾는 철부지일 수도 있고, 매일 같이 지각을 하는 버릇없어 보이는 아이가 집에선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어린 동생을 챙기느라 바빴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의 사정을 헤아리고 싶어도, 실제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영혼이 영혼이 바뀌어 직접 경험이라도 해보지 않는 한 말이다.

 

 

여기 너무도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있다. 번개초등학교 4학년 4반 담임 선생님인 김웅, 일명 웅달샘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번개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인 박찬두, 할 일이 엄청 많아 너무너무 바쁜 애어른이다. 두 사람은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연히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벼락을 맞고 몸이 바뀌게 된다. 어른이 어린이가 되고, 학생이 선생님이 된 것이다.

 

웅달샘은 학생인 찬두가 부러웠다. 학교 오고 싶을 때 오고, 숙제는 안 하면 그만이고,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가방 메고 오면 되는데, 그게 뭐가 어렵다고 맨날 늦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찬두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완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질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고, 애들한테 입 다물라고 소리칠 수도 있고, 귀찮은 일 있으면 심부름 시키면 되고 말이다.

 

 

두 사람은 몸이 바뀐 상태로 각자의 삶을 강제로 살면서,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결코 삶이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겨우 열한 살인 찬두가 해야 할 집안일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웅달샘에게 찬두가 되어 겪는 하루는 너무 길고 피곤하기만 하다. 반면 웅달샘보다 더 능청스럽게 선생님 연기를 하는 찬두는 선생님 놀이가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찬두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는 다정다감한 선생님으로, 웅달샘 부모님에게는 뒤늦게 철든 아들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하지만 계속 몸이 바뀐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연 두 사람은 다시 자신의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영혼이 바뀌어 타인의 몸으로 각자의 삶을 체험해본다는 설정 자체는 특별하지 않더라도, 어린이와 어른의 상황을 역전시켜서 만들어 내는 통쾌한 재미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어른 입장에서는 뭐든 부모가 다 해주는 어린이의 삶이 마냥 편하게 보일 것이고, 아이 입장에서는 어른은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유로운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고, 아이들에겐 여러 가지 제약도 많고, 나름의 힘든 일들이 있다.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다고,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내어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정연철 작가는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해 온 이력으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었다. 철부지 선생님과 애어른 학생의 영혼 변경 소동을 통해 통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영혼이 바뀌는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 번쯤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상대를 이해하는데, 눈에 안 보이는 걸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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