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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섬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황보연 감수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평점 :
어느 이름 없는 숲속에 '꿈의 그늘'이라는 곳이 있다. '소원의 늪'과 '잃어버린 시간의 폭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신비한 병원이 있다. 숲속 동물들의 악몽을 치료해주는 곳이다. 누구나 가끔은 무서운 꿈을 꾸게 마련이다.
동물들은 여러 가지 악몽들을 꾼다. 가시두더지는 거대한 발에 짓밟히는 꿈을 꾸고, 주머니쥐는 꿈속에서 사나운 고함 소리에 고통 받는다. 쿠스쿠스의 악몽에서는 정체 모를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코알라는 휙휙 기괴한 소리에 잠을 못 이룬다. 악몽을 자주 꾸게 되면 왈라비 박사에게 가면 된다. 그는 악몽을 치료해주는 뛰어난 의사이다.
어느 날, 숲속 외딴 곳에서 새 환자가 찾아온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였다. 왈라비 박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늑대가 들려주는 악몽은 조금 이상하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둠만 보이는 것이다. 두툼한 책들을 여러 권 뒤져 보았지만, 늑대의 꿈과 비슷한 악몽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침내, 왈라비 박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당신,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씨는..... 멸종되었습니다."
다비드 칼리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함께 한 이번 작품은 이미 멸종이 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대상으로 그려졌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고, 기묘하고, 오싹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여러 감정을 불러오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책을 펼치면 첫 페이지부터 여러 동물들을 모습이 나타난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오하우꿀먹이새, 핀타섬코끼리거북, 큰바다쇠오리, 사우디가젤, 마다가스카르코아뻐꾸기, 도도, 파란영양, 사막캥거루쥐 등등... 이제는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는 동물 128마리의 모습이 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이미 멸종된, 또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꾸는 악몽은 기괴하고, 무섭다. 왈라비 박사가 악몽을 사냥하는 방법이라고 보여주는 '악몽 사냥 설명서' 또한 오싹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것들이 모두 인간이 동물을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었다. 인간들의 욕망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멸종된, 그리고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꾸는 꿈이라니.. 섬뜩하고, 슬픈 상상력이다.
이제 세상에 없는 동물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유령의 섬으로 그들을 데려 가는 왈라비 박사. 어둑한 섬들 여기 저기에 자리한 그림자뿐인 동물들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라 너무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어쩐지 책 속 이미지들이 아이들의 꿈 속에 나타날 것만 같으니 말이다. 반대로 어른들에게는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꿈과 현실의 조각들을 정말 근사하게, 환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그림책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