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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 ㅣ 킴스톤 2
안젤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음... 대장, 잠 못 잔다고 투덜거린 거 죄송합니다."
"네가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했으면, 넌 이미 짐 싸서 집으로 가고 있었을 거다."
케빈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갔다. 그는 괜찮은 형사였지만, 킴은 괜찮은 것 이상을 요구했다. 그녀는 팀원들을 더 나은 경찰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경찰 업무는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일자리만을 원하는 팀원이 있다면 맥도날드로 가서 하루 종일 햄버거를 만들면 될 일이었다. p.76
경찰서 내에서 차갑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감정이 없는 인간으로 유명한 킴스톤 경위. 하지만 그를 대장이라 부르는 팀원들은 그녀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와 업무적으로 매우 유능한 경찰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사내 인사고과에서 킴에서 개선이 요구된 부분은 언제나 딱 하나였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하지만 킴은 사교술이니 외교력 같은 건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발명한 거라고 생각했고, 타인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타고나지 못한 사람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쉽게 배울 수 있는 예절, 혹은 사교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지만, 그녀는 지능이 높았고, 목적의식이 강했다. 킴스톤은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굳게 믿었으며, 정상 참작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저지른 짓이 있으면 대가도 치러야 하는 것이며, 오로지 그것을 위해 직진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대시를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이렇게 냉소적이고 뾰족한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신 병원에 있는 엄마, 어린 시절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는 죽은 동생, 그리고 수차례 위탁가정을 전전해야 했던 기억 등 어두운 과거가 현재의 그녀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전편에 이어 두 번째 작품에서도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수시로 킴스톤의 과거가 드러난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과거가 어떻게 현재를 만들었는지, 그녀가 운명에 맞서 싸워온 과정이 모자이크 퍼즐처럼 한 조각씩 맞춰진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중심이 되는 사건 플롯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킴스톤이라는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9개국 번역 출간, 누적 판매 200만권 돌파라는 기록은 바로 제대로 된 걸크러쉬를 보여주는 킴스톤이라는 캐릭터에서 탄생한 것이니 말이다.
처음에 배리가 사랑하는 아내와 형을 살해하려 했다는 소식은 알렉스의 기대를 넘어선 것이었다. 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 주차장 꼭대기에 서 있던 잠깐 동안, 알렉스는 배리야말로 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 진정한 소시오패스는 도덕적 책임감을 결코 느끼지 못한다. 절대로 타고난 본성을 거부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실험에는 딱 한 번의 성공만이 필요했다. 죄책감이라는 본능을 거부할 단 한 사람. 잠깐이지만, 배리는 그녀가 거둔 성공이었다. p.230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에서는 옛 보육원 부지의 유물 발굴사업을 배경으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넘나드는 연쇄살인을 다루었었다. 이번 작품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에서는 성범죄자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타인의 심리를 조정하는 소시오패스가 등장한다. 유능하고,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인 알렉스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무자비하면서 전혀 양심이 없는 인물이다. 킴은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직감적으로 알렉스에게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알렉스 역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킴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킴은 홀로 알렉스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하고, 알렉스는 킴의 과거를 찾아 점점 그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킴은 알렉스에게 최고의 도전 대상이었고, 알렉스는 킴에게 막강한 적이었다. 최고의 걸크러쉬 형사 반장과 소시오패스 정신과 의사의 정면 대결이 숨가쁘게 펼쳐지며, 한시도 페이지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반년 만에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출간되어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안젤라 마슨즈의 킴스톤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13편이 출간되어 있다. 2015년 시리즈 첫 작품을 출간한 이래, 한 해에 두 편에서 세 편을 꾸준히 내고 있으니 작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작품을 써내고 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일 테고 말이다. 국내에 소개된 것은 'Silent Scream'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 'Evil Games'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 이렇게 두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번역본 두 작품 모두 원제와는 상관없는 제목을 붙였다는 건데, 앞으로 나올 작품들은 제목이 또 어떻게 붙여질 지 기대가 된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Lost Girls' 에서는 우리의 킴스톤이 또 어떤 일들과 마주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국내에서도 부지런히 출간해주시길, 앞으로 읽을 수 있는 킴스톤 시리즈가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기분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 등을 번역한 역자가 오직 이 시리즈를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는데, 두 작품을 읽고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계속 출간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