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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우리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나는 지켜보고 싶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개입하려는 마음을 꾹꾹 누를 생각이다. 커 가는 과정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아이가 조언을 구할 때면 짧게 몇 마디 해 주는 정도에서 부모의 역할을 하고 싶다... 아이의 미래에 대해 뭔가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을 할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오로지 아이의 몫이어야 한다.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도착이 아니라 과정이듯이 말이다. p.77
저자는 어느 날,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아내가 쓰다 만 노트를 발견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노트는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바로 빈 페이지였다. 바쁜 육아로 인해 멈춰 있는 그 기록을 계속 이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림에다' 의 시작이었다. 아내는 육아로 인해 변함없이 바빴고, 점점 지쳐 갔고, 더 예민해졌지만.. 남편이 아내가 하는 일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육아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이 여타의 육아 관련 에세이와는 다른 지점은 '엄마가 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으로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육아 휴직을 한 뒤 직접 육아에 참여해 그 과정을 경험했고, 다시 회사에 복직해 일하면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아내와 함께 해왔다. 여자의 관심사에서 엄마의 관심사로 바뀌고, 일어나자마자 시작되어 해가 저물어도 육아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는 남편의 시선으로 그려진 섬세한 그림과 이야기들이라서 너무도 공감이 되었고, 따뜻했다.
가끔은 아이를 보며 너무도 생생하게 내 어릴 적 기억이 살아날 때가 있다. 아이는 음식을 먹을 때 한꺼번에 입에 넣지 않고 한 가지를 삼키고 나서야 또 다른 음식을 입에 넣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어릴 적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렸다... 저 아래 가라앉아 평소에는 고개를 내밀 것 같지 않던 어린 시절의 나와 여섯 살 나의 아이가 겹쳐지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하던 행동들이 내게 옮겨졌을 테고, 나의 행동들이 다시 아이에게로 옮겨졌을 테니 말이다. p.183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몸을 가눌 수 있게 되고,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하고, 혼자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누구와도 말이 통화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고.. 부모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아직도 목을 가누지 못하고, 뒤집기를 하느라 진땀 빼고, 울타리를 붙잡고 겨우 걸어 보려고 했던 시간들이 생생한데 말이다. 그 소중하고 예뻤던 모습들이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것 같은데, 아이는 그 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점점 자립을 하게 되고, 앞으로 달려만 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가겠지.. 싶은 마음이 들면 시간이 흘러 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 매 순간이 특별해진다.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좋은 엄마, 아빠일까? 아이에게도 세상이 처음이지만, 부모에게도 엄마, 아빠가 되는 경험은 처음이라 낯설고 서툴기만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정신 없는 일상이 시작되면 그렇게 고민하고, 자책하던 시간 조차 사라져 버린다. 그저 매일을, 매 순간을 살아 내느라 너무 바쁜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되돌아볼 수는 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시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분명히 있다'는 페이지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는 순간들이라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자식의 성장 과정에서 부부의 관계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 너무 좋았다. 지금,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