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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특별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너도 알다시피 난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남은 평생을 너와 함께 하고 싶지만..... 우리가 사실은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라면?"
닉은 인상을 썼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아, 별 얘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꾸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샐리는 안심시키려는 듯 닉의 팔을 토닥였다. "그냥 우리가 서로의 짝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지, 그 사실을 확신하고 싶어질지가 궁금할 뿐이야." p.23
여기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남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부족한 것도, 걱정할 것도 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사실은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라면'이라는 의문이 들었고, 머리카락 한 올 혹은 입속에 넣었던 면봉 하나로 그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말이다. 누구라도 우리가 서로의 반쪽인지 검사해보고 싶지 않을까.
전 세계의 수억 명이 'DNA 매치'를 통해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매치 결과에 따라 기존의 배우자 또는 연인을 떠나고, 대륙을 가로질러 이주하고, 유전자를 제공한 뒤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이혼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덕분에 이혼 변호사나 관계 전문 상담가, 그리고 결혼 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알면 기꺼이 상대에게 평생을 바치려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 사업으로 인해 결혼을 통해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 매치에 대한 신뢰가 인종 차별과 각종 혐오를 무너뜨리는 시대가 되었다.
제이드는 농장의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침대 옆 전등을 켜놓고 이런 일이, 그러니까 매치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게 정상인지 알아보려고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둘 사이에 사랑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보아왔던 알록달록하고 요란한 불꽃놀이나 무지개는 없었다. DNA 매치가 이루어진 허구 속 커플들은 언제나 상대를 만나자마자 홀딱 반하곤 했다. 왜 그녀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걸까? p.192
이야기는 다섯 커플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이들은 각자 ‘DNA 매치’를 통해 운명의 연인을 만나지만, 결코 평범하게 행복할 수만은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너무 다양하고,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 없는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아닐까 싶다. 거듭되는 반전과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독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엄청난 페이지 터너였다.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DNA 매치’ 시스템이라는 설정 또한 매우 흥미로운데,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그 수많은 실패와 눈물, 고민, 실연 등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원>의 원작 소설이다. 개정 특별판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새로 나왔는데, 작품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사랑에 대한 이 기발한 상상은 굿리즈 4.2점, 영국 아마존 4.5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았다. 영미권에서 출간된 즉시 영상화 판권 문의가 쇄도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2021년에 8부작 시리즈가 공개되었다. 누구도 더 이상 사랑에 실패할 필요가 없는, 성공룔 백퍼센트의 사랑만 남아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그 놈의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 없는, 처음부터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