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즐거움 - 나를 성장시키는 혼자 웅크리는 시간의 힘
신기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둔과 고립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은둔과 고립의 확실한 차이는 다음 날 느끼는 불안함에 있다. 은둔을 하고 난 다음 회사에 출근할 때는 그래도 다시 해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의욕이 생긴다. 머리는 명료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지며 몸은 가벼워진다. 충분한 충전을 통해 몸과 마음의 탄력성이 회복된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휴식이 나를 고립시킨 것이었다면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롭고 불안해진다.... 고립이 마음의 면역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p.69

 

만약 쓰는 순간 사라질 수 있는 투명 망토가 있다면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은 순간, 누군가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유튜브 채널 <신기율의 마음찻집>을 운영하는 마음치유 상담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독을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고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은둔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을 주기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은밀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이러한 '은둔'이 투명 망토를 쓰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마음치유 상담을 통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 현대인들을 위한 회복력과 재충전의 효과적인 방법들을 보여주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은둔이란 세상으로부터 수동적으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에게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힘들고 지칠 때 조용히 나만의 공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것이 삶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단단한 장막이 되어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저자를 지켜주던 장막은 만화방과 서점이었다고 한다. 내 방이라는 나만의 공간이 없던 시절, 사방이 책들로 가득했던 그곳 덕분에 무사히 유년 시절을 지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은둔의 공간이 생긴 덕분에 학교에서의 외로움과 정서적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마음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 험난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화려하거나 넓지 않더라도, 그곳에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모두 던져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곳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버티고 이겨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성장해왔다. 아픈 일이 생기고 주저앉을 일이 생겨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더욱더 열심히 세상과 교류하며 힘차게 전진하라는 말은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인생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괜찮은 삶이 꼭 그런 역동적인 모습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뭉크처럼 그림을 그리는 은둔의 삶도 얼마든지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 밝은 것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음영 없이 밝기만 한, 마치 노출이 과장된 사진처럼 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p.176

 

시간과 공간을 내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자발적인 은둔'은 '고독의 그릇'을 채우기 위한 '고독 할부'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저자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고독 할부'란 무엇인가. 값비싼 물건을 수개월 동안 나눠서 결제하는 것처럼 짧은 시간을 반복해 고독의 양을 채워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고독 할부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시간을 정해두고 마음이 가는 대로 도시를 떠돌아다닌다고 한다. 낯선 풍경이 몸에 닿으면 마음에서는 상상력이 발동하기 시작하고, 외로움과 설렘이 만나면서 신선한 시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10분의 은둔, 정리 정돈을 일상의 리추얼로 만들기 등 가볍게 은둔을 시작할 수 있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매일같이 조금씩 자신의 그릇을 채우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화가 에드워드 뭉크와 이중섭 같은 예술가들이 켜켜이 쌓아온 은둔의 시간을 예술적 창조력으로 승화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인 하완 작가가 그린 10컷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은둔’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양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 모두에겐 고독해질 권리가 있고, 자발적인 은둔의 시간은 재충전과 회복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나에게 제대로 마음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매일 쫓기듯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음에도 그 속에서 외롭다고 느끼는 당신에게도,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당신에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과 시련 앞에서 쉬어감이 필요한 당신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