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Art & Classic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아일렛, 솔 그림, 진주 K. 가디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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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지만 동화처럼 기운을 북돋아주진 않았다. 황무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황무지 끝자락에 서 있는 집. 방이 백 개나 있지만 그중 대부분이 자물쇠로 굳게 잠긴 거대한 저택. 상상해보니 너무나 음울했다. 외진 방에 혼자 틀어박힌 등 굽은 남자는 또 어떻고! 메리는 입술을 더 꽉 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그 우울한 이야기에 걸맞게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잿빛의 비스듬한 선을 그리며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고는 밑으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p.35

 

아트앤클래식 Art &Classic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이다. 아름다운 고전들과 오늘을 대표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감각이 하나로 만난 아트앤클래식 시리즈는 그림에 따라 기존의 고전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전 작품들은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은 이들까지 모두 내용을 알고 있을 만큼 익숙한 것들이 많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여러번 읽어서 속속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읽을 때마다 동심의 세계로 우리를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 동안 아트앤클래식 시리즈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퍼엉, <키다리 아저씨>와 수빈, <오즈의 마법사>와 제딧, <빨강 머리 앤>과 설찌, <어린 왕자>와 유보라의 조합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밀의 화원>과 아일렛, 솔 작가가 만났다.

 

 

오일파스텔화를 그리는 전은솔(아일렛, 솔) 작가의 그림들은 특히나 풍경을 근사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딴 곳에 있는 거대한 저택, 10년 동안 잠겨 있었던 비밀의 정원,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아트앤클래식 시리즈는 우리가 사랑했던 고전 작품들을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마치 사방에 진녹색 베일을 깔아놓은 듯했다. 나무 아래의 풀밭과 우묵한 쉼터의 빛바랜 화병들은 물론이고 여기도, 저기도, 정말 모든 곳에 황금빛과 보랏빛과 하얀빛이 흩뿌려져 있었다. 콜린의 머리 위로는 눈처럼 새하얀 꽃과 분홍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파닥파닥하는 날개 소리, 희미하고 감미로운 피리 소리들, 콧노래를 부르듯 흥얼흥얼하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수십 가지 향기가 진동을 했다.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콜린의 얼굴을 비추는 햇살이 따사로웠다. 메리와 디콘은 감탄스러운 눈빛으로 콜린을 지켜보았다.     p.344

 

주인공 메리는 몸집이 작고 야윈 몸에 조그맣고 핼쑥한 얼굴에 심술보가 가득한, 버릇없는 아이였다. 일하느라 늘 바쁜 데다 병치레가 잦은 아버지와 굉장한 미인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파티에만 관심이 있던 어머니에게서 전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메리는 병약하고 짜증많고 못생긴 아기일 적부터 되도록 부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야 했고, 아이가 울면 마담이 화를 냈기 때문에 하인들은 메리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었다. 그 결과 메리는 이미 여섯 살 무렵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인 폭군이 되어 있었다.

 

메리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콜레라가 발병해서 사람들이 죽어 간다. 혼자 남겨진 메리는 영국에 있는 고모부 댁에 가서 살게 되는데, 그 저택은 지어진 지 600년이나 되었고, 방이 100개쯤 되지만 대부분은 문이 잠겨 있는 곳이었다.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걱정하거나, 좋아해본 적도 없었던 심술쟁이 소녀 메리는 그 곳에서 수다쟁이 하녀 마사와 그녀의 동생 디콘을 만나고, 비밀의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동물들과도 친해지면서 조금씩 달라져 간다. 

 

 

<비밀의 화원>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 심술궂고 버릇없었던 메리와 어릴 때부터 병약해 곧 죽을 거라며 두려움에 떨던 콜린, 그리고 동물들과 이야기할 줄 아는 디콘까지..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조금씩 달라져 가는 모습과 버려진 뜰에 나타나는 마법 같은 변화들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죽은 줄만 알았던 정원을 가꾸고 돌보면서 메리가 경험하게 되는 자연의 치유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작품이 주는 감동과 매력이 달라질 수 있다. 서서히 변해가는 정원의 사계절 모습을 따뜻하고,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는 오일파스텔 일러스트가 너무 아름다웠다. 독특한 질감과 색감이 나타내는 풍경들은 따스한 계절과도, 추운 계절과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아무 것도 없었던 비밀 정원에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매일 아침 새로운 기적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도 나만의 비밀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생명력과 마법과도 같은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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