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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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면 뜨겁다고 말해주는 것. 천천히 먹고 또 많이 먹으라고 말해주는 것. 간은 잘 맞는지.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을 보내고 온 김치가 알맞게 익었는지. 미지근한 물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오늘 너의 하루는 괜찮았는지 물어봐 주는 것. 그렇게 다 물어보고 나서야 밥숟가락을 뜨고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 진짜 어려운 건 그런 마음이다. 그러고 나면 맛이 없더라도 '이렇게 먹으니까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테니까. 더 먹고 싶은데 양이 적어서 억울하다는 다정한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 제리, '아는 얼굴' 중에서, p.70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 두 번째 시즌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구독자에게 에세이를 보내는 서비스 첫 번째 시즌에서는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이렇게 일곱 명의 작가가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뿌팟퐁커리, 비, 결혼, 그리고 커피와 쓸데없는 것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썼었다. 이번 시즌 2에서는 분위기가 좀 달라 졌다. 유튜버 김겨울, 음악을 하는 박종현, 작가 이묵돌, 출판 일을 하는 제리, 그리고 원더걸스 출신 싱어송라이터 핫펠트, 이렇게 다섯 명의 작가가 고양이, 삼각김밥, 북극, 망한 원고, 후시딘, 눈, 지하철, 버리고 싶은, 게임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에세이 샛별 배송 프로젝트'라는 마치 아침 일찍 받아보는 샐러드 같은 느낌이 드는 글들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아침부터 골치 아프게 심각한 글을 읽을 필요야 없을 테니깐,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는 느낌으로, 잠깐 머리를 쉬게 해주는 듯한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각각의 글들이 분량이 매우 짧기 때문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마음에 드는 글들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대로 처음부터 정독해야 할 필요가 없기에 정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어떤 시간들은 애초에 단단하거나 쌓이고 짓눌리며 단단해지는 반면, 어떤 시간들은 겉면을 휘돌다 흩어져 시간조차 아니게 되는 것이지. 바다 같은 거겠지. 가장 깊은 곳의 해류 위로 몇 겹 혹은 수십 겹의 물덩이들이 각기 또 같이 흐르는 동안 표면 위의 포말들, 물결들은 다만 잠시 있다가 사라지게 되는 그런 이치인 거겠지. 빙하에도 충돌이 있다지. 한때는 눈이었던 것들이 쌓이고 눌리어 새로운 결정으로 화한 깊은 곳의 얼음들.    

- 박종현, '쌓이거나 쌓이지 않기를' 중에서, p.190

 

첫번째 주제는 바로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어떻게든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우연히 찾아온 길고양이를 돌보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풍경들이 이어진다. 다음 주제는 '삼각 김밥'인데,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의 대표적인 메뉴이다. 사실 혼자 살거나, 주머니 사정이 좀 그렇거나,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손이 가지 않는 메뉴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바로 그런 '삼각김밥'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까. 재미있었던 주제는 바로 '북극'이었다. 나처럼 언젠가 '북극'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가 등장하기도 했고, 북극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는 소감이 있기도 했다. 아무도 실제로 북극에 가보았거나, 북극과 관련된 일을 했다거나,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기에 색다른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도 한번쯤 북극을 꿈꾸었던 사람으로서 반가웠던 주제였다.

 

이렇게 여러 작가들이 글이 모인 앤솔로지 같은 경우에는 같은 소재를 두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분위기도, 문장도, 생각도 완전히 달라 각각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초단편 정도의 짧은 분량들인데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글들이라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부분은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책장위고양이' 두 번째 시즌은 전문 작가들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이들의 글을 모았기에, 그만큼 개성이 뚜렷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그런 다정함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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