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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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디 할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길들인 가죽처럼 온화하고 위안을 주는 목소리였다. 잭은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고 때로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귀를 기울였다.
"네가 백일몽이라고 부르는 것이 뭔지 아니?"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꿈이 아니란다, 방랑자 잭. 백일몽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지. 네가 본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야. 어쨌든 현실이란다. 이쪽 세계와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현실이지."      p.93

 

열두 살 소년 잭 소여는 적막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토미 삼촌이 사고로 돌아가셨고, 몸이 아픈 엄마도 죽어가고 있을 지 모른다. 3개월 전 잭의 엄마는 집을 정리하고는 작은 해변에 있는 이곳 리조트로 도망치듯 옮겨 왔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잭의 일상은 바다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었고, 엄마는 아빠의 동업자인 모건 아저씨와 다투지 않기 위해 숨어 있는 중이다. 엄마는 20년 동안 B급 영화의 여왕이었던 여배우였지만 지금은 그저 늙고 지친 여인일 뿐이다. 엄마가 얼마나 아픈 건지, 모건 아저씨는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지, 그들 모자는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아 잭은 매일 밤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스피디 파커라는 노인에게 이쪽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재와 공존하는 또 하나의 세상, '테러토리'라는 곳은 물리학 대신 마법이 존재하는 곳이다. 두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들은 테러토리에서 트위너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쪽 세계의 10만 명당 한 명 꼴로 저쪽 세계의 트위너가 있는 셈이다. 잭의 아빠 역시 저쪽 세계에 트위너가 존재했고, 엄마의 트위너가 저쪽 세계의 여왕이라는 스피디 할아버지는 잭은 특별한 존재라 트위니가 없이 한쪽 세계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테러토리로 가서 죽어가는 여왕을 구해야 현실에 있는 잭의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잭은 할아버지가 건네준 마법 주스를 마시고, 그 부적을 찾기 위해 저쪽 세계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잭의 파란 만장한 모험이 시작되는데, 갖은 방해물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어린 소년은 과연 그 모든 것을 어떻게 극복해낼까. 특히나 한쪽 세계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계에 참혹한 일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실제로 두 세계를 이동하는 과정에 벌어지는 일들이 소년 잭을 힘들게 만들고 있어 앞으로 이어질 여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아 2권이 더 궁금해졌다.

 

 

 

 

알람브라 호텔 방에 홀로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옆에는 엄마가 잊어버리고 재떨이에 올려 둔 담배가 타고 있다. 엄마는 울고 있다. 잭을 위해 울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엄마가 그리워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터널에 아무것도 없고, 남자한테 맞아 울면서 그걸 사랑이라 여기는 여자도 없고, 소변을 보는 동안 자신의 발밑에 토해 놓는 남자도 없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한테 돌아가고 싶었고 서쪽으로 향하는 이 끔찍한 여정에 발을 들여놓게 한 스피디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p.295

 

이 작품은 미국을 대표하는 두 호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공저하여 1984년에 출간한 작품이다. 당시에 두 작가가 함께 소설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였고,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단기간에 100만 부의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2001년에 후속작인 <Black House>가 나왔고, 현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도 기획 중이라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30여 년 동안 영화화를 위해 공을 들여올 만큼, 오락성과 대중성을 잡은 작품으로 평가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해적판으로 3권짜리가 나왔었는데, 정식 계약본으로는 첫 출간이다.

 

1권이 560여페이지, 2권이 730여페이지로 분량이 엄청난데, 스티븐 킹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가독성이 뛰어나서 매우 잘 읽힌다. 현재의 세상과 마법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 '테러토리'라는 두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판타지는 수십 년전에 쓰였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월의 갭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일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그래픽노블로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래픽노블로 그려지는 세계의 모습도 매우 궁금하다. 그리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마이크 바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 진행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서 주인공에 대한 영감을 얻었기에, 주인공 이름이 '잭 소여'이다. 소년 잭 소여의 파란만장한 모험은 1권보다 훨씬 더 두꺼운 2권으로 계속된다. 자, 2권으로 고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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