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손잡고 웅진 모두의 그림책 33
전미화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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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아침 일찍부터 출근을 하고 나면, 오빠와 동생만 집에 남는다. 좋아하는 고등어 반찬으로 아침 밥을 먹는 동생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오늘은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를 할까 하는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 말이다.

 

오빠는 어린 여동생의 세수와 양치도 도와주고, 함께 놀러 나간다. 동생이 힘들어 하면 업어 주기도 하는 오빠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오빠와 동생은 신나게 놀고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불이 켜져 있어 엄마가 온 거라고 생각한 남매는 집까지 뛰어 간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엄마가 아니었다.

 

화사한 색상의 밝고 귀여운 분위기였던 그림이 갑작스레 어둡고 거친 느낌으로 바뀌어 버린다. 크고 무서운 사람들이 또 왔고, 오빠랑 동생은 숨는다는 걸 보니,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는 것 같다. 이들 가족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 빚이라도 진 걸까? 싶은 마음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알고 보니 <오빠와 손잡고>의 시작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이십 몇 년 전, 어느 동네의 철거 현장이었다고 한다. 전미화 작가는 부모에게 방치된 영화 속 네 남매의 일상과 뉴타운이라는 화려한 미래 뒤에 잊혀진 철거민 가족의 현실을 이 그림책 속에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초안이 완성된 것은 10여 년 전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여전히 그림책 속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나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불러온 갑작스런 실업과 폐업, 파산 위기 등으로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누군가는 집에서 쫓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고등어 반찬이 춤을 추고, 꽃들이 인사하고, 나무가 안부를 묻고, 구름이 윙크하는 곳이다. 엄마, 아빠는 우리가 어디에 숨어 있어도 잘 찾아주는 든든한 기둥이고, 더 높은 곳으로, 더 나쁜 환경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잠든 남매만 남겨두고 일하러 가야 하는 부모의 삶도 녹록하지 않고, 자신보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오빠는 일찍 철이 들었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라 매일이 버겁기도 하다. 세상이 즐겁고 재미있기만 한 어린 동생은 오빠만 같이 있으면 무서울 게 없지만, 차츰 세상의 무게를 배워나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린이들이 희망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도록, 두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도록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 남매가 마주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그 작은 온기만큼이나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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