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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캐슬린 크럴 지음, 바이올렛 르메이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써서 처음 받은 원고료로 가장 먼저 반려 동물을 입양했다. 그녀에게 빵, 월세, 신발, 정육점 대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아름답고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사람보다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애정 가득한 말투로 고양이만큼이나 신비한 글을 쓰고 싶다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길렀다. 오늘날에도 헤밍웨이의 생가에 가면 그가 키웠던 스노우볼의 후손들 40여 마리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다닌다고 한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이 자신의 반려동물들과 함께 해왔다. 이 책은 반려동물과 함께한 20명의 작가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반려동물과 함께한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간결하게 에세이처럼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와 그의 반려동물들이 구석구석 일러스트로 함께 하고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개와 고양이, 까마귀, 생쥐, 토끼, 야생 조랑말, 공작새, 닭들까지..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포크너, 커트 보니것, 플래너리 오코너, J.K. 롤링 등 19세기의 작가부터 21세기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들의 일생을 모두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작가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해 남긴 유명한 말들도 인상적이다. 커트 보니것은 "누구에게든지 물어보세요. 개와 고양이가 우리 사람보다 더 영특하답니다." 라고 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고양이는 절대 감정을 속이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속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지요." 라고 했다.
마크 트웨인은 "누구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의 소개말은 필요 없습니다. 이미 나는 그 사람의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라고 했으며,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에게 사랑 받는 일보다 더욱 위대한 선물이 또 있을까?" 라는 말을 남겼다. 반려동물에 대한 작가들의 각별한 사랑은 조금 독특해 보이기도 했고, 가끔은 유별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나 역시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한 세월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을 오래 가져야 하는 외로움 때문에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 특별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이력과 작품 세계, 그의 대표작과 반려동물에 얽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너무 매력적이다. 그들과 반려동물의 사연 덕분에 위대한 작가들이 더욱 인간적으로,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참 좋았다. 게다가 매 페이지 마다 곳곳에 그려져 있는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일러스트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작가들이 사랑한 반려동물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