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시절에 엘리는 매치되지 않은 사람과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는 일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어쨌거나 문제의 유전자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수천 년 동안 벌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30대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엘리는 유전적으로 매치되지 않은 누군가와 자신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어버렸다. 데이트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도 경험해보았지만, 그 불꽃은 상대의 진짜 의도를 알게 되면 늘 싹 식어버렸다.    p.127

 

여자 여섯 명을 살해하고 영국 최악의 살인마라고 불리는 크리스토퍼는 'DNA 매치'에서 온 이메일을 받는다. 이메일은 그에게 돈을 내고 상대에 대한 연락처 정보를 받아보겠느냐고 묻는다. 그럴까 고민하는 그의 곁에는 몇 분 전에 자신이 살해한 여자가 슬레이트 바닥에 누워 있다. 목에는 여전히 교살용 흉기가 파고든 채였다. 평생 누구에게도 별로 사랑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그였지만,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결정된 여자에게는 호기심이 생겼다. 자신의 매치가 누구일지 무척 궁금했던 그는, 상대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기로 한다. 그녀는 아주 매력적인 외모에 직설적인 성격이었고, 크리스토퍼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문제는 그녀가 경찰이었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자신이 벌이고 있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경찰 여자친구가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필생의 인연이라는 것이다.

 

 

여기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남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부족한 것도, 걱정할 것도 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사실은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라면'이라는 의문이 들었고, 머리카락 한 올 혹은 입속에 넣었던 면봉 하나로 그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말이다. 누구라도 우리가 서로의 반쪽인지 검사해보고 싶지 않을까.

전 세계의 수억 명이 'DNA 매치'를 통해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매치 결과에 따라 기존의 배우자 또는 연인을 떠나고, 대륙을 가로질러 이주하고, 유전자를 제공한 뒤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이혼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덕분에 이혼 변호사나 관계 전문 상담가, 그리고 결혼 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알면 기꺼이 상대에게 평생을 바치려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 사업으로 인해 결혼을 통해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 매치에 대한 신뢰가 인종 차별과 각종 혐오를 무너뜨리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를 처음 만나자마자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알아요. 난 다양한 사람들이 어디에 매력을 느끼는지 살피는 연구를 시작했어요. 얼굴인지 체형인지 태도인지 등등. 그런 다음 즉각적인 매혹 이상의 뭔가가 있는지 살펴봤어요... 평상시의 이상형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과 결국 짝을 이룬 사람들은 어떨까 하고요. 난 몸이 머리와는 다르게 반응하게 만드는 어떤 요소나 유전자가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우리 모두가 다른 한 사람과 본질적으로 연결되는 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p.228

 

서른 일곱의 이혼녀 맨디는 두 차례 유산이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 큰 원인이었음에도 여전히 아이를 원한다. 그녀는 자신의 매치를 찾아 가지만, 그는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만난 적도 없는 죽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게다가 가족들로부터 그가 남겨둔 냉동 정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닉은 여자친구의 권유로 마지못해 테스트를 받는데, 그의 매치는 놀랍게도 잘생긴 남자였다. 닉은 게이가 아니었고, 상대 역시 여자친구가 있는 이성애자였는데도 말이다. 호텔 접수대에서 일을 하며 유일한 낙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신의 매치와 통화하는 거였던 제이드는 결국 서른 몇 시간의 비행을 거쳐 그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제이드를 맞아준 것은 림프종 4기로 이제 살 날이 한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였다.

 

이야기는 다섯 커플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이들은 각자 ‘DNA 매치’를 통해 운명의 연인을 만나지만, 결코 평범하게 행복할 수만은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너무 다양하고,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 없는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아닐까 싶다. 거듭되는 반전과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독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엄청난 페이지 터너였다.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DNA 매치’ 시스템이라는 설정 또한 매우 흥미로운데,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그 수많은 실패와 눈물, 고민, 실연 등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다. 누구도 더 이상 사랑에 실패할 필요가 없는, 성공룔 백퍼센트의 사랑만 남아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그 놈의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 없는, 처음부터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작품은 올해 하반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0부작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드라마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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