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
데이비드 콜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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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처럼 하얀 리드 화이트는 수백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안료였다. 리드 화이트 없이 미술의 역사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납은 독성이 강해 오래 노출되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물감을 제한된 시간에만 쓰는 예술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리드 화이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두통, 기억력 상실, 복통 같은 중독 증상을 보이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p.39

 

이 책은 수천 년에 걸친 안료의 역사와 고대부터 현재까지 주요했던 안료 60여 개를 소개한다. 저자가 거의 40년 간 색을 만들어 온 현직 물감 제조업자라서 매우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안료는 오커, 황토이다. 오커가 사용된 흔적의 기원이 250,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말이다. 천연 오커에 함유된 철로 다양한 노랑, 빨강, 갈색을 만들 수 있다. 초기 인류는 오커 팔레트에 초크 화이트를 추가해 색을 만들었다고 한다. 초크 화이트는 탄산칼슘이라고 하는 부드러운 흰색 광물이다.

 

 

그 밖에도 램프나 기름을 태워 발생하는 그을음을 모아서 램프 블랙을 만들고, 뼈를 불에 넣어 유기물이 모두 재로 변할 대까지 완전히 태워 만든 본 화이트도 있다. 생각보다 너무도 다양한 재료들로 컬러들을 만들어 온 인류의 역사가 새삼 감탄스러웠다. 최초의 현대적인 색을 인공적으로 제조한 것은 1704년경이었다. 이는 아주 우연한 발명으로, '우연이 색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 혁명 때 이루어진 직물의 염료에 대한 화학적 연구로 인해 물감 색의 종류가 빠르게 증가했다. 최초의 유기 합성 안료는 1884년 특허를 받은 타트라진 옐로로, 아조 옐로 염료는 지금까지도 채색 물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등장한 프탈로라고 불리는 프탈로시아닌은 진짜 안료로 인정받은 최초의 유기 물감이다. 프탈로 안료는 착색력이 매우 좋고 오래가며 채도와 순도 또한 높아 예술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물감으로 자리 잡게 된다.

 

 

망가니즈 바이올렛은 1868년에 발견된 이래로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불투명한 자주색을 띠는 망가니즈 바이올렛은 생산 비용도 저렴해서, 옅은 코발트 바이올렛을 신속히 대체했다. 비록 착색력이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광채가 나고 매혹적이다. 인상주의 예술가는 그림자가 검은색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된 빛의 보색이라고 여겼는데 망가니즈 바이올렛은 이에 걸맞는 완벽한 색이었다.    p.137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실제 안료 제작법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리드 화이트를 만들기 위해 납판, 식초, 설탕, 이스트 가루를 사용하는데, 완전한 색을 만드는 데 세 달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카민 레이크를 만들려면 연지벌레에서 용해성 염료를 추출해야 하고, 매더 레이크는 꼭두서니 뿔리가 있어야 한다. 선명한 진짜 울트라마린을 만들려면 최대한 순도가 높은 라피스 라줄리가 있어야 한다. 품질이 좋지 못한 광물을 사용하면 울르라마린 대신 연한 회청색 안료가 나온다고. 최상의 품질을 얻으려면 제조법과 여러 번에 걸친 공정도 중요하지만, 제일 좋은 등급의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각각의 색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잘 사용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마젠타, 파랑, 검정, 코발트 블루, 카드뮴 레드 등등 여러 작품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색들의 다채로움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색과 색이 섞여서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지, 지금은 흔히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금보다 비쌌던 컬러, 현재에는 볼 수 없는 컬러 등등 여러 컬러들의 색과 텍스쳐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던 책이다. 디자인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역사,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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