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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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하늘 아래 서 있으니 갑자기 우주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작아서 혼자만 그 속에 갇힌 것 같았다. 우주는 심장이나 자궁이었고 자욱하게 깔린 붉은빛은 그 안을 채우는 반투명한 혈액이며 그는 혈액 속에 둥둥 떠 있는 듯했다. 불규칙적으로 반짝이는 붉은빛은 심장이나 자궁이 박동하는 것 같았다. 그는 거기에서 인류의 지혜로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하고 거대한 존재를 느꼈다.     - 1권, p.145

 

당신은 인생에서 중대한 이변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당신의 인생을 단숨에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지는 일 말이다. 세상에는 변화무쌍한 요소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의 삶에 그런 이변이 아직 없었다면, 그 삶은 일종의 우연이다. 하지만 행운도 결국에는 끝나는 법이다. 이 작품은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삼체>는 중국 과학 소설의 3대 천왕이라 불리는 류츠신의 작품으로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중국 과학 소설이 국내에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 것이 <삼체> 1권이 소개되었던 2013년이었다. 그리고 2권이 출간된 것은 2016년, 대망의 3권이 2019년에 출간되었다. 게다가 분량 또한 전체 3권을 합하면 거의 이천 페이지 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페이지라 엄청난 분량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개정되어 나온 리커버 세트는 양장본이라 튼튼하고,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기존 버전에서 다소 복잡했던 표지 이미지가 이번 개정판에서는 아주 심플하게 디자인되어 인상적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인류 문명에 철저히 절망해 자신의 종을 증오하고 배반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손을 포함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은 것이 지구 삼체 운동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인류 외부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했다. 인류 문명은 자기 내부에 강력한 분열의 힘을 키우고 있었다.     -1권, p.357

 

1권에서는 과학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줄줄이 자살하고, 환경 보호론자들의 활동이 지나치게 왕성해지기 시작하고, 과학 연구 기관과 학술계 범죄가 급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런데 범죄 동기가 모두 이상하다. 돈이나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고 정치적 배경도 없고, 그저 단순한 파괴였던 것이다. 신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 왕먀오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경찰과 군인을 통해 현재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을 조사하던 중 삼체라는 가상현실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세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기이한 “삼체 세계”는 기온이 온화하고 태양 운동이 규칙적인 항세기와 하루에도 혹한과 폭염이 번갈아 휘몰아치는 난세기가 불규칙하게 교차하면서 문명이 멸망하고, 또 새로 시작하고 있었고, 가상현실로만 치부했던 그것이 진짜 현실 세계와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진다.

 

 

 

 

지구 삼체 운동은 인류 문명에 철저히 절망해 자신의 종을 증오하고 배반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손을 포함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고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인류가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광기를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의 힘을 빌려 인류 사회를 강제적으로 감독하고 개조해서 전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인류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광기를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의 힘을 빌려 인류 사회를 강제적으로 감독하고 개조해서 전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얼핏 사이비 종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지극히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지식들로 중무장되어 있어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합리적인 결론처럼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발전하는 과학문명이 정작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온다면 정말 아이러니 아닐까. 류츠신 역시 여기에 주목한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행위 중에도 전체 생태계에서 볼 때 사악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극중 예원제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살충제 사용은 그저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적어도 중립적인 행위일지라도, 대자연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문화 대혁명과 별 차이가 없다'고. 그것이 세계에 끼치는 폐해는 그만큼 심각한 것이라고 말이다.

 

1960년대 문화 대혁명부터 시작해 텐안먼 사태, 양탄 공정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거쳐 수백 년 후 외계 함대와의 마지막 전쟁까지 이어지는 '지구의 과거' 3부작 시리즈인 <삼체>가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의례히 SF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엄청난 역사 속의 정보가 흘러 넘치는 기이한 가상현실 게임부터, 웬만한 스릴러 뺨치게 숨 막히는 군사 첩보전도 있고, 천체 물리학과 수학이라는 학문의 매우 리얼한 자료들에 현대사의 광기와 폭력, 그리고 격정이 휘몰아치는 시대적인 배경에다 너무도 설득력 있는 외계 문명 탐사에 이르기까지 스펙타클하게 아우르고 있으니 말이다. 류츠신은 작가의 말에서 "과학소설이 다른 환상문학과 다른 점은 그것이 진실과 가늘게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과학소설이 현대의 신화이지 동화가 아닌 것이다" 라고 했다. 나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이 작품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SF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소설'이라고 평가 받는 작품의 진면목을 만나 보자!

 

덧. 알라딘에서 <삼체> 개정판 세트 구매시 <삼체>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받을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세련된 텀블러도 받고, 멋진 표지로 옷을 갈아입은 양장본 박스 세트로 소장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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