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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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고객의 맥락을 파악해 준비해 둔 디테일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물통의 물방울이 떨어질까 봐 수건을 깔고 물통을 올려놓는 섬세함, 다른 손님 때문에 방해되지 않도록 간이 칸막이를 쳐 주는 센스,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손님이 당황하지 않도록 우산을 준비해 놓은 배려. 하나같이 감동 포인트였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동네의 한 조그만 식당에는 고객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p.155

 

젊은 마케터이자 기획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쿄의 모습을 소개했던 <도쿄의 디테일> 생각노트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접점의 도시 교토 편이다. 저자는 2017년 12월 도쿄를 여행하며 발견한 아이디어와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편에 풀어냈었고, 2019년 2월 교토를 여행하며 곳곳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감각을 깨우는 디테일들을 발견했다. 거대하고 빠르게 변하는 도쿄와 달리 교토는 작고 고요한 도시이다. 당연히 도쿄의 디테일과 교토의 디테일은 확연하게 달랐다. 도쿄의 디테일이 세련되고, 기발하며, 뜨는 것이었다면, 교토의 디테일은 담백하고, 은은하며,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기획'에 의해 드러나는 디테일과 '태도와 맥락'에 의해 드러나는 디테일을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는 전작에서 '디테일은 결국 전달의 문제'라고 말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잘 파악한 뒤 혜택이 느껴지도록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저자가 순수한 여행객이자 고객으로 받았던 그러한 사소한 배려들을 담고 있어서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콘텐츠나 여행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라고 서두에 밝혀져 있지만, 책에 수록된 장소와 요소, 문화와 트렌드를 읽게 되면 자연스레 교토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영수증, 재활용우산, 유심케이스, 신발장의 숫자들, 화장실 실내지도, 껌통 안의 종이 등 정말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디테일 들이 감동을 안겨주고, 배려와 진심을 느끼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제게 '여행법'을 묻는다면 저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각자가 선호하는 여행법이 있으니 제 여행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고객 중심의 사례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버린 채 멍 때리면서 관찰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이카도처럼 실내를 가득 채운 원목과 식물, 중간중간 놓여 있는 금속공예품들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공간이라면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p.207~209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로지 그것 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끊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그게 바로 '디테일'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란 '생각은 정교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하는 사람' 이며,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 결국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인 생각 노트가 정교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기록한 공부 노트를 담고 있어 디테일 감각이 필요한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직접 시간을 들이고, 몸으로 경험해 본 디테일들이 가득해 실제 교토에 갈 예정이거나, 교토라는 도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어줄 테고 말이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사찰 중 한 곳인 기요미즈데라에 있는 골목 구석의 커피 트럭이 고객을 끌어오는 방법,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입장권 등 그곳을 찾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템들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전통종이를 색다르게 해석해 인기를 끌고 있는 공예품 가게, 뜨개질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로컬 실 브랜드 아브릴의 판매 방식이나 공간 구성, 고객이 직접 뜨개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흥미로웠다. ‘향기 나는 알람시계’도 기억에 남는데, 시끄러운 소리로 잠을 깨우는 방식이 아니라 향으로 잠을 깨워주는 향기 알람이라니 너무도 신선했다.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는  '마케터를 위한 생각노트', '기획자를 위한 생각노트', '디자이너를 위한 생각노트'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각 직업군에 맞게 영감이나 정보가 될만한 부분, 다시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별도로 수록하고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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