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작은 아씨들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 합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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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집 안의 벽난로가 탁탁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타오르는 12월의 어느 해 질 녘에 네 자매는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낡았지만 안락한 응접실에는 빛바랜 양탄자가 깔려 있고 매우 소박한 가구가 놓여 있다. 벽에는 멋진 그림이 한두 점 걸려 있고 벽감에는 책이 잔뜩 꽂혀 있으며 창가에는 국화와 크리스마스로즈가 피어 평온한 가정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p.17

 

<작은 아씨들>은 너무나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었고, 나 역시 여러 판본으로 만나 왔지만 이번에 만난 버전은 너무 예뻐서 소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스토리의 초판본 시리즈로 나온 이번 버전은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의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이다. 게다가 표지의 은은한 민트 컬러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은장 에디션이다.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수록한 특별판이라는 것이다. 고전 작품에서는 삽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다. 현대의 작품들에서는 에세이가 아닌 소설 작품에 삽화를 넣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이 작품을 통해서 삽화가 이야기에 어떻게 채색을 하는지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1896년 판본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라서, 당시의 시대상과 분위기들을 물씬 느낄 수 있다. 150여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고전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마치 가족의 낡은 집에는 선함이 넘쳐흘러 이웃에 나눠줄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놀라웠다. 모두 천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마음가짐으로 행동했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맨 처음 아버지 소식을 듣고 걱정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안도하게 되자, 그동안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로 노력하던 자매들은 차츰 긴장을 풀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좌우명을 잊지는 않았지만 희망을 품고 바삐 움직이자는 다짐은 점점 느슨해졌다. 게다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난 뒤라 그 정도로 애썼으면 쉴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껏 쉬었다.     p.366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처음 발표된 이래, 수 차례 영화로 리메이크되며 오래도록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자매들에겐 의지가 되는 큰언니이자 엄마에겐 믿음직한 큰딸인 메그,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매들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작가 지망생 조, 몸은 허약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넓은 셋째 딸 베스, 그리고 아름답고 귀여운 용모에 다소 엉뚱한 면도 가지고 있는 사랑스런 막내 에이미. 마치 가문의 사랑스런 네 자매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재미를 안겨 준다. 메그는 허영심이 살짝 있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작가를 꿈꾸는 조는 매우 열정적인 스타일이었고, 베스는 얌전하고 속이 깊었으며, 막내 에이미는 사고뭉치이기도 하다. 이들 네 자매의 일상은 잔잔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좌충우돌 사건들이 이어지기도 하며 다채롭게 펼쳐진다.

 

 

외모도, 성격도 너무 다른 네 자매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언제 다시 꺼내 읽어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여전한 재미와 소소한 기쁨을 안겨주는 작품이니 말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보다 지금 다시 만났을 때 더 와 닿고, 공감하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 있다. 내가 잊고 살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1860년대 남북전쟁 중의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접체험을 하게 해준다. 내가 절대로 경험해볼 수 없는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더 이상 존재하지 시간을 넘어 그곳에,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고전 문학의 힘일 테니 말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비평가들에게는 그저 감상적인 소설로 평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여전히 살아 숨쉬는 문학으로서 우리 곁에 이 작품이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할 것이다. 이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캐릭터들과 이야기이지만, 이번 기회에 이 멋지고 특별한 에디션으로 원작 소설을 읽어 보면 어떨까. 15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사랑 받는 고전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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