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사부작 오늘의 드로잉 - 전2권 - 손그림으로 담아내는 소소한 나의 일상
박진영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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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시국이라 봄이 되었지만 계절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어느 새 여름을 앞에 두고 있다. 나들이도, 여행도 못하고 집콕 신세인 나날 속에 각자의 취미를 찾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혹시 아직 뭘 해야 할지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책상 위에서 쓱쓱, 이 책과 함께 나만의 힐링 타임을 가져보면 어떨까.

 

도구도 간단하고, 방법은 더 간단해서, 누구라도 색연필만으로 감성 넘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연필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도구도 단계도 번거롭게만 느껴지는 드로잉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케치 없이 색연필로 그리는 그림은 어떨까.

 

 

이 책은 유성색연필을 사용해 특별한 기술 없이 힘 조절로 편하게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해주는 드로잉 북이다. 유성색연필은 오일로 만든 색연필로 물과 잘 섞이지 않으며 꾸덕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크레파스와 크레용의 중간 느낌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정한 힘을 주고 종이에 유성색연필로 색칠을 해보면 꾸덕한 질감이 잘 표현된다. 거기에 디테일한 부분은 채색 후 4B 연필로 표현해주면 된다.

 

특히나 이 책이 흥미로운 부분은 '스케치 없이 채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형태를 머릿속에 그린 후 색연필로 가장 넓은 면을 채색하고, 작은 면들과 선과 점으로 디테일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스케치를 하고 나서 완성이 된 다음에 채색하는 작업이 또 필요하게 마련인데, 그걸 한 방에 끝낼 수 있다니 초보자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저자인 박진영 일러스트레이터는 5년 동안의 산골살이를 마치고 2년 첫 서울로 독립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도 작가의 산골 라이프가 가득 담겨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계절, 사람, 사랑, 공간으로 4개의 파트를 나눠 '벌써 일 년', 'DEAR MY', 'ONLY YOU', 'LIFE'로 구성했고, 마지막 파트에는 작가가 산골짜기 운주에서 보냈던 5년의 시간을 기록한 짧은 에세이를 일러스트와 함께 담고 있다.

 

마지막 파트에 수록된 '운주 라이프'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산골짜기 운주의 시간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에세이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도시에서 자고 나라서 도시 라이프밖에 모르는 독자로서, 산골짜기에서 생활하는 일상의 풍경이 너무도 근사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따로 그림 에세이로 출간이 되어도 챙겨서 읽어보고 싶을 만큼, 짧아서 너무 아쉬웠던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색연필 드로잉북과 컬러링북, 그리고 7장의 예쁜 엽서로 구성되어 있다. 컬러링북에는 본 책에 수록된 작품 중 20점의 그림을 선별해 담고 있는데, 일종의 밑그림 형태라 아직 그림에 자신이 없는 초보라면 이걸 바탕으로 채색을 하면서 드로잉을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220g의 도톰한 도화 용지에 깨끗하고 깔끔하게 뜯어지는 제본으로 되어 있어 채색을 다 한 후에는 뜯어서 포스터처럼 바로 활용할 수도 있어 더 좋다.

 

 

따뜻한 그림들로 채워진 7종의 엽서 또한 드로잉할 때 참고로 활용해도 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거나, 빈 벽에 장식으로 붙여 둘 수도 있을 것 같다. 본 책에 컬러링 북, 거기다 엽서까지 3종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 가격 대비 정말 실용성이 뛰어난 책이다.

 

알록 달록한 색감이 보는 것만으로도 비타민처럼 상큼한 제철 과일과 채소들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풍경들도 그리고, 가족, 동네 꼬마들, 강아지, 카페, 시장 등 소소한 일상의 풍경들도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다. 각각의 테마 앞에 '컬러 가이드'라고 해서 주요 색상들의 정확한 컬러 명을 표기하고 있어 더 도움이 되었다. 비슷한 색상을 고르느라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사부작사부작'이라는 단어의 뜻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힘 주지 않고 쓱쓱, 대충 그리는 것 같지만 근사한 드로잉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멋진 단어가 있을까 싶다. 사실 단순한 선과 디테일로 표현되는 그림들이 더 그리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보며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니, 이번 기회에 그림을 배워보고 싶었던 누구라도 적극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뭔가 그려보고 싶지만 타고난 곰손이라서, 그리다 망쳐버릴 것 같아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스케치 없이 그리는 게 이렇게나 쉽다는 걸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도구가 준비물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이 책과 색연필만 있으면 카페에서도, 집에서도 손그림을 통해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진정한 취미란 바로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 그리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 오늘부터 책상 위, 나만의 힐링 타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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