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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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동무들, 지금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떻습니까? 이 문제를 한번 직시해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통스러우며 또한 짧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겨우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먹이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우리 중 노동력이 있는 동물은 마지막 힘까지 강제로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쓸모없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끔찍하고 잔인하게 도살을 당하지요.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뒤에는, 이 영국 안에 사는 그 어떤 동물도 행복이나 여가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에 사는 어떤 동물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소이다.     p.15~16

 

그날 밤 '장원농장'의 존스 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마자, 농장 건물 전체가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 농장에서 가장 존경을 받고 있는 흰 수퇘지 메이저 영감이 동물들을 헛간으로 모은다. 이제 자신은 몇 달 남지 않은 것 같고, 죽기 전에 자신이 터득한 지혜를 동물들에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메이저 영감은 동물들이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는 것은 모두 그들이 힘들여 생산한 것을 인간이 모두 빼앗아가기 대문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이 겪고 있는 삶의 재앙은 모두 인간들의 횡포 때문이므로, 인간들만 추방하면 자신들이 노동한 대가를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니 반란을 일으키자고, 인류 타도를 위해 철저하게 단결하고 대동해야 한다고, 그렇게 '모든 인간은 적, 모든 동물은 동무'가 된다.

 

그로부터 사흘 밤이 지난 뒤, 메이저 영감은 잠을 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고, 그 뒤 석 달 동안 모두가 비밀리에 바쁘게 움직인다. 메이저 영감의 연설 덕분에 농장 안에서 좀 더 똑똑한 동물들이 전과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들 중 세 마리가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하나의 완전한 사상체계로 다듬어 그것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동물들의 반란은 예상 밖으로 빨리, 그리고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존스는 쫓겨났고, '장원농장'은 동물들의 소유가 된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에게 해피 엔딩이 되면 좋겠지만, 이건 그들에게 벌어지게 될 모든 일들의 시작에 불과했다.

 

 

"하긴 젊었을 때도 저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지만. 하지만 내 눈에는 어쩐지 저 벽이 달라진 것처럼 보여요. 벤저민, '일곱 계명'은 예전과 마찬가지인가요?"
벤저민은 이번만은 자신의 규칙을 깨뜨리기로 작정하고, 벽에 쓰인 글씨를 클로버에게 읽어주었다. 벽에는 이제 '계명'이 하나밖에는 써 있지 않았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p.181

 

이 작품은 1945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고전'이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후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더욱 굳어졌고, 이후 '소비에트 신화'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이 작품을 집필했다. 그는 온갖 이념과 이상이 소용돌이치던 격동의 시대를 살았음에도 당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부조리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던 걸로 유명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이 작품은 동물을 의인화해 인간의 삶을 동물의 행태에 빗대어 그리고 있는 동물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웰은 이 책을 첫 출간할 때 제목에 '동화'라는 부제를 사용했지만, 사실 이 이 작품은 '동화' 보다는 '풍자소설'에 가깝다. 혁명이 성공한 뒤에 그것이 어떻게 변질하게 되는지,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핍박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고전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는데, 비채의 '모던 앤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동물농장>은 영미문학 번역의 대가 김욱동 교수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김욱동 교수는 우리말 토착어를 살리면서도 원어를 훼손하지 않는 표현을 섬세하게 담아냈으며, 각주와 해설 등을 꼼꼼하게 수록했다. 작품의 분량 자체가 이백 페이지도 안 되는데, 거기에 작품 해설만 팔십 여 페이지나 되어 작품의 이해를 도와준다. 원작자의 생애 및 당시 시대를 반영한 상세한 주석은 물론 저자의 문학관과 정치관을 상세히 소개한 탄탄한 해설과 함께 더 쉽고, 깊이있게 고전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래 전에 쓰였지만 여전히 현대의 권력 구도를 비롯해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시사하는 바가 많고, 고전 치고는 가벼운 분량에, 동물 우화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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