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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ㅣ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평점 :
"종이 마법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따분하지 않아. 금속 마법처럼 자극적이거나 플라스틱 마법처럼 혁신적이지는 않겠지만 창조성을 발산할 여지는 충분해. 보여줄까?"
시어니는 인상을 쓰고 싶었지만 그 제안에 지루해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차피 이 남자 밑에서 최소한 2년 동안은 견습생으로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그의 마음에 들 필요가 있었다. 시어니는 애써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향했다. p.39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졸업을 앞두고 평생 어떤 마법 재료를 다루며 살지 선택하게 된다. 마법은 인간이 만든 물질하고만 결합기 가능하며, 마법사는 평생 동안 한 물질하고만 결합할 수 있었다. 최우수 졸업생인 시어니 트윌은 지난 5년 동안 금속 마법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해왔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종이 마법에 배정된다. 현재 활동 중인 종이 마법사의 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어 아무도 원치 않는 ‘종이 마법’ 견습생이 되고 만 것이다. 시어니는 19년을 노력해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그 동안 성취한 모든 것이 날아간 기분이었다. 유리, 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마법 재료 등이 많았는데, 고작 사양의 길을 걷게 된 종이 마법이라니 한숨이 나왔다.
시어니는 그런 마음으로 견습생 생활을 하게 된 에머리 세인 마법사의 집 앞에 도착한다. 런던 변두리의 황량한 지역에 위치한 그곳은 무서운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우중충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집 전체를 가린 거대한 스케일의 정교한 환영 마법이었고, 종이 해골 집사가 등장해 그녀를 안내한다. 시어니는 에머리를 만나기도 전에 그는 분명히 정신 나간 마법사라고 결론 내리지만, 그에게 종이 마법을 전수받으면서 차츰 종이 마법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게다가 그는 알고 보니 시어니가 마법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도와준 후원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전신을 받고는 세인이 장기 출장을 다녀오는데, 그가 돌아오고 나서 신체 마법사 리라가 들이 닥친다. 금지된 마법을 행하는 흑마법사인 리라는 세인의 심장을 훔쳐 가버리고, 그는 죽음에 위기에 처하고 만다. 시어니는 마법으로 종이 심장을 만들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지만, 종이 심장은 겨우 이틀 정도 그의 목숨을 연장해 줄뿐이었다.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리라를 찾아가서 직접 심장을 되찾아오는 수밖에 없었고, 시어니는 스승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아직 마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견습생인 그녀가 과연 무시무시한 흑마법사로부터 무사히 심장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일어서면서 시어니는 문득 이 환영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인의 심장 속 깊은 곳에 담긴 이 희망은 너무도 생생하고 진짜 같아서, 꽃줄기 안쪽 깊은 곳에 담긴 당분의 달콤한 냄새도 코끝에 와 닿았고 저물다 만 태양의 열기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척이나 평화로운 희망이었다. 시어니는 자신의 심장이 이런 아름다운 희망의 절반만큼이라도 품을 수 있을까 싶었다. p.250~251
이 작품은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그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총 3권과 1권의 번외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번에 1권과 2권이 함께 출간되었고, 곧 3권과 외전도 나올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곧 디즈니플러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고 하니 제2의 해리포터처럼 될 지 기대가 된다. 사실 이 작품은 표지 이미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해리 포터류의 성장 서사보다는 로맨스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이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마법 소녀가 견습생에서 정식 마법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악의 무리와 겪게 되는 모험 서사가 펼쳐진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재료여, 창조자가 명한다. 내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평생 나와 연결될지어다."
무엇보다 인간이 만든 재료들인 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 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배경인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작가가 만들어낸 마법 세계관이 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종이라는 재료로 동식물과 같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물론, 눈송이 같은 자연물, 폭탄이나 장거리 메신저까지 만들어내는 '종이 마법' 또한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어니가 처음 종이 마법에 배정되었을 때, 앞으로 마법 편지봉투 따위나 만들어 집으로 보내는 게 고작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얇고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내는 마법의 세계는 매우 놀라웠던 것이다. 자, 이제 시어니 트윌의 두 번째 모험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환상적인 마법 속으로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