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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최고의 강적인 T.렉스가 그렇듯이, 트리케라톱스는 공룡계의 아이콘이다. 그들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신사답고 동정심 많은 초식동물' 역을 연기함으로써 폭군인 렉스를 돋보이게 한다. 셜록에게 모리아티가 있고 배트맨에게 조커가 있었다면, 렉스에게는 트리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마법을 믿지 말라!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렉스와 트리케는 진정한 경쟁자 관계였다... '공룡의 왕'은 대사에 연료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살코기가 필요했고, '3개의 뿔을 가진 라이벌'은 느리게 움직이는 체중 14톤의 '프라임 스테이크'였다. p.275
공룡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기심거리나 어린 시절에만 열광하는 흥미거리 내지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오늘날의 우리와 전혀 무관한 존재라고들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공룡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란, '덩치 크고 비늘로 뒤덮인 멍청한 야수로, 환경에 대응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결국 멸종하게 된 진화의 실패작' 정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세대 과학자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공룡 화석을 수집하면서 그러한 고정관념이 터무니없는 오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룡을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우둔한 파충류' 혹은 '박물관에 박제된 구경거리'로 간주해온 전통적 관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환경에 잘 적응해 당대를 지배한 진화의 기린아'로 대체되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젊은 공룡학자 스티브 브루사테가 들려주는 '진짜 공룡의 세계'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공룡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먹이사슬의 최정상에서 지배자의 위치에 올랐을까, 그중 일부는 어떻게 거대해졌나, 그리고 어쩌다 거의 모든 종이 멸종하게 된 걸까, 에 대한 이야기는 공룡에 관한 모든 상식을 뒤집으면서 매우 놀라운 사실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야기는 아직 지배적이지는 않았던 최초의 공룡들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양서류, 포유류 사촌, 악어 친척의 그늘에 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공룡들이 살았던 생활환경을 면밀하게 그려내고, 그들이 본격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트라이아스기에 이르면 우리는 페이지 너머 2억 100만 년 전을 향해 다가가던 당시의 풍경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는 공룡이 오늘날 우리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공룡은 멸종했다'고 말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지만, 사실은 1만종 이상의 공룡이 살아남아 현대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식량으로, 때로는 반려동물로, 그리고 갈매기의 경우에는 유해 동물로... 공룡의 대다수가 백악이 말기인 6600만 년전 멸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패잔병이 끝까지 버티며 명맥을 유지했으니, 비장의 무기를 가진 소수의 공룡이었다. '이 괄목할 만한 생존자들'의 후손이 오늘날 새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것은 1억 5000만 년에 걸친 공룡의 통치와 멸망한 제국의 존재를 알리는 장구한 유산이다. p.315
쥐라기에 들어와 화산활동이 끝난 직후 용각류라는 전무후무한 동물이 갑자기 등장했고, 이들은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방법으로 그 후 1억 년 동안 세상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리고 1억 4500만 년 전, 지구는 쥐라기에서 공룡 혁명의 마지막 단계인 백악기로 넘어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폭군 공룡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영화에서 묘사되었던 것은 눈앞에 있는 사냥감도 인식하지 못하는 티라노사우루스였지만, 알고 보니 높은 지능과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살육 기계였다. 게다가 착하고 점잖은 초식동물로 알려진 트리케라톱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진정한 호적수로 중생대 호숫가와 강변에서 끊임없이 혈투를 치렀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어린 시절 책과 만화, 영화를 통해 만났던 공룡들에 대한 모든 상식을 뒤집으며,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룡의 불가사의한 기원, 경이로운 번성, 갑작스런 멸종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공룡이 외계 생물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하는 일(성장, 섭식, 운동, 생식)을 모두 해야 하는 '진짜 동물'이었다는 점을 매우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2020년 현재, 실재하고,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공룡의 존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2억 5000만 년 전 판게아에 등장한 용맹한 공룡형류의 후손으로, 계통수상에서 브론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부분에 위치하며, T.렉스와 벨로키랍토르의 사촌인 이 동물의 존재는 정말 놀라웠다. 이는 공룡이 오늘날 우리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공룡은 멸종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1만 종 이상의 공룡이 살아남아 현대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공룡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는 진화론과 고생물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로 떠나는 진짜 ‘쥬라기 공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진짜 공룡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누구라도 공룡의 놀라운 반전 매력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