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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겨울, 소녀는 눈을 보느라 코트 주머니에서 장갑 한 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알지 못한다. 오른쪽 장갑은 지저분한 흙더미와 누렇게 바랜 단풍잎 옆으로 떨어졌고, 그걸 알아챈 것은 반대쪽 주머니에 들어 있던 왼쪽 장갑뿐이었다.
짝을 잃어버린 왼쪽 장갑은 더럭 겁이 난다. 한 짝만 남은 장갑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땅에 떨어진 장갑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쓰레기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권이다. 2018년 에스토니아의 ’디자인이 훌륭한 어린이책’에 선정된 작품으로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만을 사용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겨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색감이라 무채색 톤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
왼쪽 장갑은 혼자 남는 것보다는 결국 쓰레기장에 가게 되더라도 소중한 짝과 함께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하필 떨어지면서 얼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아, 바들바들 떨면서 누워 있게 되고 만다. 과연 왼쪽 장갑은 오른쪽 장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 쌍이어야만 쓸모가 있는 물건들이 있다. 신발, 양말, 장갑, 귀걸이 등등은 하나만 남아 있을 때는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물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친구, 업무 파트너 등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함께 했을 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하나의 완성된 관계를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갑자기 어느 한쪽이 사라졌을 경우, 남은 한쪽은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부모님, 가족, 친구, 연인, 아이, 회사 동료, 이웃 등등... 관계란 결코 혼자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어렵기도 하다. 한쪽의 일방통행으로는 서로의 마음이 완전하게 전달될 수 없고, 왼쪽이나 오른쪽만 있다면 쓸모를 잃게 되는 장갑처럼 각자 부족한 면을 상대가 채워주기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 누구와도 관계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이 그림책이 들려주는 빨간 장갑 한 켤레의 여러 감정들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다정하고, 따뜻하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정경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색채도 너무 예쁘고, 함께 있을 때 빛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뭉클한 책이었다. 소중한 것은 항상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곤 한다. 잃어 버리기 전에, 상실감으로 슬퍼하기 전에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에게 더 잘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