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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ㅣ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새해도 딱 작년처럼만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샐리는 생각했다. 내일도, 모레도 딱 오늘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오늘 하루가 충분히 행복하면 좋겠다고. p.35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은 바로 샐리이다. 귀여운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부터 기원을 알 수 없는 괴력까지, 무한 반전 매력을 가진 캐릭터이다. 억지로 열심히 하는 것은 싫어하고, 늘 엉뚱한 소리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맞서는 샐리는 친구들의 고민을 함께 고민해주며 전혀 고민스럽지 않게 해결 방법도 툭 건네주곤 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계획 안 세우기, 해보고 아님 말기, 그럼에도 친구들에게는 은근슬쩍 잘해주기, 큰 손답게 다 퍼주기, 오지랖 펼치기 대장인 샐리의 엉뚱 발랄 이야기가 펼쳐진다.
샐리와 친구들은 새해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초코와 코니는 경쟁하듯 종이를 빼곡하게 채우는 중이었지만, 샐리는 친구들과 달리 아무것도 쓰지 않은 계획표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새해라서 특별히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던 거다. 샐리는 문득 작년은 어땠는지, 작년 달력을 뒤적여본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추억으로 가득한 달력을 보며 샐리는 결심한다. 나, 샐리의 새해 계획은 작년처럼 살기!라고. 지키기 어려운 것들만 가득한 자신의 새해 계획들을 보며 친구들은 생각한다. 어쩌면 진정한 계획 천재는 샐리일지도 모르겠다고.
샐리는 일단 연금술사가 되는 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로 했다.
"한번 해보지 뭐. 너무 열심히는 말고."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비스듬하게. 때로는 포기하고, 애써 견디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샐리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나서게 될 것이다.
오직 샐리라서.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그래서 가장 샐리다운 모습으로. p.221~222
이 책에 수록된 샐리와 친구들의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너무 애쓰지 않고, 적당히 비스듬하게 인생을 즐기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샐리는 늘 엉뚱하고 제멋대로이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존감과 누구보다 튼튼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게 꼭 좋은 걸까,에 대해 토론하는 친구들에게 꼭 일찍 일어나야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게 아니라, 좀 더 늦게 자는 것도 하루를 꽉 채워서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샐리. 휴가 기간 동안 좋지 않은 날씨에 대해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내일 날씨는 내일이 되면 알 수 있는데, 왜 미리 걱정을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샐리 덕에 친구들은 날씨 때문에 휴가를 망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걱정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는 캐릭터를 이용한 에세이가 아니라 연작소설 형태의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이 더 흥미롭게 읽힌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성격을 형성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로 듣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리고 매력 만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일러스트도 가득 수록되어 있어 소장용으로도 참 예쁘다. 이번에 만난 시리즈 두 번째 책은 “너희는 좋겠다, 나라는 친구가 있어서!”를 거침없이 외치는 샐리만의 뻔뻔한 매력과 엉뚱한 상상력과 통쾌한 반전이 톡톡 튀는 이야기였다. 전체 다섯 권의 시리즈는 각권의 작가들이 달라 분위기도, 매력도 제각각이다. 가벼운 이야기들이라 어린 친구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고, 브라운앤프렌트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시리즈 별로 모두 모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선물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