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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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연적 사건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 물리법칙에 따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오는 일은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건을 '우연'이라 부르는 이유는, 반드시 1이 나왔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수많은 여러 가능성 중 하나가 발생한 일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 우연적 사건에 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주사위를 던질 때 손과 주사위 사이에 작용하던 힘의 초기조건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물리법칙에 따라 1이 나올지 혹은 5가 나올지 원칙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p.53~54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가 서울대 인기 교양과목 <인간과 우주>에서 진행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현대 천문학의 눈부신 성과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를 우주라는 낯선 공간으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우주의 정체성은 100억 년 전과 현재가 다르며, 시간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우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이 책은 우주의 진화와 생명의 기원을 둘러싼 비밀에 대해서 아주 대중적이고, 친근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천문학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부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p.183

 

고대인들에게 우주는 이데아의 영역이자 신의 영역이었고,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우주의 중심이었다. 고대로부터 중세까지 이어졌던 우주관인 천동설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과 하늘의 별은 지구 주위를 하루에 한 번씩 공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아름다운 천동설은 과학자들에 의해 점차 균열을 일으키게 되고,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은 여러 가지 가설과 연구로 천문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날, 실제 우주는 정적이고 영원하며 무한한 공간이 아니며,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 변방의 생명체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태초의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해주는 빅뱅 우주론을 비롯해 진화하고 있는 우주의 경이로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나 천문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친근하고, 쉬운 비유를 들어서 알려주는 대목들이 많아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수소 핵융합이니, 원자핵이니, 탄소에 있는 복잡한 이름의 원소들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미술관에 걸려있는 고흐의 그림을 감상할 때의 마음이 공명할 수 있는 경우를 설명한다던가, 방탄소년단의 <DNA>, 스윗소로우의 멤버가 쓴 솔로곡의 가사 등을 예시로 자연의 법칙, 우주의 물리법칙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별 내부 혹은 빅뱅의 순간에 도달하게 되는 플라스마 상태에서 빛과 물질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에너지 넘치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 어른의 경우를 들어 설명해주기도 하는 등 참 쉽고도, 재미있게,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으로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알려주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자,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를 통해서 우주를 향한 천문학의 경이로운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우주의 진화와 생명을 둘러싼 비밀을 비롯해서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는 우리 모두가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놀라운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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