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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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의 전체 전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자기 이름을 겨우 쓸 정도로 문맹인 16세 시골 소녀가 시농성으로 말을 몰고 가서, 그녀를 시험하기 위해 신하들 사이에 숨어 있던 샤를 황태자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내고, 자신이 두 성녀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그들로부터 몇 가지 예언을 받았다고 얘기한 뒤, 전투 사령관이 되어 유유히 걸어 나오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한다. 황태자가 어수룩해서 그녀에게 군대를 내주었다고 해도, 전투 경험이 많은 군대들이 그녀의 깃발 아래 배속되어 전술과 무기도 모르는 그녀를 순순히 따랐다고 믿는 것이 현실적일까?     p.17

 

프랑스와 잉글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의 후기에, 프랑스를 구원한 소녀 잔 다르크가 사실은 프랑스인들이 지어낸 국민 영웅이라면 어떨까. 신의 계시를 받고 온 소녀, 마녀로 몰려 꽃다운 나이에 화형 당한 비극의 아이콘, 오늘날까지 그 죽음의 비장미와 함께 세상을 바꾼 강인한 여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성 영웅인데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잔다르크는 실제로 프랑스인이 아니었고, 군대를 지휘하거나 전투에 출정한 적도 없으며, 마녀사냥으로 처형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런 그릇된 사실들이 모여 이 우상적 인물을 창조하게 된 걸까?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숱하게 영화와 책으로 만나왔던 프랑스의 애국 소녀 잔 다르크 이야기의 진위성에 대한 숱한 의혹을 파헤치는 것으로 충격적인 포문을 연다. 검정색 도복을 입고 살금살금 다니는 치명적인 암살자 닌자가 사실은 보통 중년의 여성이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사일로 보냈다면 어떨까. 하얀 얼굴에 매우 세련된 의상을 차려 입은 고수입 성 노예로 알고 있는 게이샤는 원래 모두 남성들이었으며, 성매매에 결코 관련된 적이 없었다면 어떨까. 클레오파트라 7세가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라면? 이집트 기자에 위치한 피라미드는 이집트인이 지었을까, 유대인이 지었을까?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중 많은 것이 실은 허위와 날조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범죄사에서 의사 홀리 하비 크리펜이 계속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 잭 더 리퍼 바로 다음으로 - 정말 미스터리이다. 그가 죽인 사람은 기껏해야 겨우 한 명이고, 그의 시대에는 현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더욱 왕성한 살인자들이 존재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런던 홀로웨이 지구의 힐드롭 크레센트 39번지에 있는 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유골은 사실 그의 아내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 살인죄로 1910년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p.162

 

우리는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안다고 믿고 있는 역사 중 사실 그대로의 진실을 전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역사는 언제나 승리하는 사람들의 것이었고, 그것을 기록한 자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옛 역사가들은 후원자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은폐하고 윤색시켰으니, 수많은 오해와 의도된 날조로 만들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날조된 이야기부터 가짜 모험담, 추악한 살인 사건의 진상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당시 과학기술로는 밝혀내지 못했던 미스터리가 현대에 와서 하나 둘씩 그 비밀이 드러나는 경우들도 함께 담고 있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만나게 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교과서에서 만났던 딱딱하고 지루했던 역사가 아니라, 충격과 반전으로 버무려진 진짜 역사의 민낯을 경험하게 된다.

 

역사에 절대적 진리란 없다는 점이,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가 여전히 지나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파헤치는 것일테고 말이다. 게다가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거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에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뒤집히기도 하고, 이전에는 옳다고 여겨졌던 신념이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반전이야말로 역사가 가진 미스터리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역사 속 28가지 미스터리의 진실을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실에서 놀라는 것이 그치지 않고 누가, 왜 그런 역사를 전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면 역사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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