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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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 모자쿠키는 '집사'에게 애정 가득한 잔소리를 쏟아내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작품을 네 컷 만화로 그려 트위터에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이 계정은 한 달 만에 10만 팔로어를 모았고, 게시물마다 수천 건의 리트윗과 수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과 공감을 일으켰다. 그렇게 단숨에 25만 팔로어를 달성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중쇄를 거듭하며 성공을 거둔다.

 

 

그동안 주로 동물을 기반으로 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그려온 작가의 이력답게, 크라프트 배경 위에 담백하게 그려낸 '잔소리 고양이' 캐릭터는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사건건 쉴 틈없는 잔소리를 퍼부어대고, 주인의 모든 생활 습관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애정과 사람이 듬뿍있는 게 느껴져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만화이다.

 

 

한때 '츤데레'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무심한 듯 다정한, 겉으로는 무뚝뚝하더라도 뒤에서는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에게 쓰는 이 표현은 '잔소리 고양이'에게 너무도 잘 어울린다. 퉁명스럽고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 그 잔소리들 속에 담겨 있는 마음은 따뜻하기 그지 없다.

 

짧은 만화 안에서 대사라고는 잔소리 몇 마디밖에 없지만, 굉장히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보고 또 보고 싶은 만화이다. 무엇보다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구성과 내용이 간결하고 단순한데다, 하얀 고양이 한 마리 역시 너무 심플하게 그려져 있어 그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또 어질러 놓고 나갔니, 이제 일어난 거야? 꾸물대지 말고 서둘러야지, 살을 빼고 싶으면 간식은 좀 참아보라고! 매 끼니 제대로 챙겨 먹어야지! 술 좀 줄여! 게임 좀 적당히 해! 그거 꼭 사야 해? 신용카드 좀 적당히 써!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날 위한 소리라지만, 듣기 싫은 얘기들은 모두 잔소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숱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야 왜 그때 어른들이 좋은 얘기 대신 쓴 소리만 해댔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더 이상 내게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제 스스로 다 알아서 할 나이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가끔은 등짝을 후려치며 잔소리하던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아무도 내 곁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 세상이 나란 존재에게는 무관심한 것처럼 느껴지는 날, 하는 일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후회하게 되는 날,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날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고양이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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