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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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다시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나름대로 신호가 가도록 '다정한 분'이라고 썼는데."
청신호를 준 사람이 있다. 분명히 나 또한 다가오라는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 직후에 사라진다. 더는 접근하지 않는다. 왜일까? 많은 연애에서 흔히 일어나는 진부한 미스터리. 우리 모두 답을 안다고 생각하는 수수께끼이다. 지난 세기를 휩쓸었던 유명한 말, 그 사람은 나에게 그만큼은 반하지 않았다.    p.27

 

'서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는 도로미의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3년 전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미는 제주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대받아서 내려가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SNS 팔로워들에게 제주 맛집도 소개받고, 오가는 길도 물어보고 할 겸해서였다. 그리고 그 글을 보고는 한 남자가 행사장으로 로미를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로미가 그리는 일러스트의 팬이라며, 인스타도 팔로하고 있었는데 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양봉을 한다는 그 남자는 그렇게 이틀 연속 찾아와서 로미와 근처 카페로 가서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상도 좋았고, 말도 잘 통했고, 서로에 대해서 호감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게 헤어진 후 그는 로미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로미는 자신의 마음이 착각일지 모른다 해도 그를 기다렸다. 물론 호감을 표시했던 사람이 다시 연락하지 않을 만한 이유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하여 친구인 박하담과 윤차경, 그리고 도로미 세 사람은 제주로 가서 양봉한다는 그 사람, 양봉남을 찾아 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를 만들어가며 양본하는 그 남자를 찾아 비행기에 오른다. 도로미는 ‘허니맨’을 찾아 그날의 진심을 묻고 싶었고, 박하담은 ‘허니맨’을 찾는 과정을 제주 이민, 양봉과 연결하여 다큐멘터리로 찍을 계획이었으며, 윤차경은 자신이 다니는 화장품 회사의 신규 사업 중 하나로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을 만들었다. 그녀들은 제주에서 양봉을 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양봉남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수상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급기야 거대한 산업적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자기는 그 사람을 기억한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로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건 어떤 인상일 뿐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그런 게 아닐까. 그날의 옷, 그날의 차, 어떤 특정한 순간. 선명하다고 믿어지는 흐릿한 기억. 결국 잘못은 인간의 기억과 연애 감정이라는 착각에 있다. 망할 로맨스, 친구들과 어제 나누었던 얘기대로, 로맨스의 서사에 젖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그런 결말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고,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p.376

 

쟁쟁한 미스터리 작품들의 번역가로 유명한 박현주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서평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는 뛰어난 창작자이자 성실한 연구가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는 '꿀벌'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체 15장의 이야기는 제목부터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일한다', '가깝고 달콤한 것을 원하기 마련',' 벌들은 비에 갇히지 않지만', '진로는 예측을 벗어나기도 한다' 등등 꿀벌의 특징에 빗대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도입부에 도대체 작가의 6컷 꿀벌 만화를 수록해 꿀벌의 다양한 습성과 꿀벌과 관련된 정보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또한 그러한 꿀벌들의 이야기는 전체 소설의 서사와 뚜렷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는 여러 가지 신호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분명히 호감을 표시한 사람이 다시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다양하게 추리해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세계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니 말이다. 다 다르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착각도 하는 거지만, 바로 그 착각 때문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는 상대와 멀어지고, 큐피트의 화살이 행방을 바꾸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과 연애 감정이라는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미스터리라는 양념을 쳐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라 매우 술술 읽힌다. 거기다 '전격 양봉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장르 또한 독특한 개성을 발하며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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