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녀 10대의 뇌는 사춘기 이전 시기인 아동의 뇌와 확연히 다르다. 지금 제이크에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변화는 그가 아직 자궁 안에 있는 동안 유전자와 호르몬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아동휴지기의 말미에 이르러 제이크에게는 남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연마할 시간이 다가왔다. 제이크는 열의에 넘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p.59

이 책은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을 기반으로 남자의 심리와 행동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정신분석학자인 저자 루안 브리젠딘은 전작인 <여자의 뇌>에서 호르몬의 변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매우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여자의 뇌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퍼센트 이상이 같으며, 남녀 양성의 변이로 인한 차이는 단 1퍼센트에 불과하다. 여자와 남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1퍼센트의 비밀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뇌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분쟁은 대부분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하기 마련인데,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를 상당히 줄이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통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남자의 뇌를 그저 '허리 아래에 있는 뇌'라고 단순화시키는 농담이 있겠는가. 저자 역시 이 책을 준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비슷한 농담을 들었다고 한다. “얇은 책이 될 겁니다. 팸플릿 하나 정도 분량이나 되려나.” 라고 말이다. 이는 남녀에 관한 편견이 여전히 우리 문화에 넓고 깊게 뿌리 박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껏 단순할 것이라는 오해를 거부하고 남자의 뇌를 있는 그대로의 미묘하고 복잡한 악기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닐과 다니엘은 지난 수십만 년 동안 남자와 여자의 뇌 회로가 서로 다른 호르몬으로 미세하게 조정되어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실 성호르몬은 남녀의 다른 감정적 스타일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남자 뇌의 회로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을, 여자 뇌의 회로는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호르몬들이 뇌의 특정 영역, 즉 편도, 시상하부, 그리고 거울신경세포시스템과 측두정엽시스템까지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p.178

이 책은 어린 남자아이, 거친 10, 짝짓기에 나선 남자, 아버지, 할아버지를 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남자의 뇌는 임신 8주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점차 뇌에서 여성적 특징들이 제거되기 시작한다. 여자에게는 없는 Y염색체가 있고, 성적 추구, 모험적 행동, 거친 싸움을 할 때 근육을 움직이기 위한 회로가 점차 성장하고 남성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10대 소년이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20배나 증가해 민감성이 높아지고, 성적 추구 회로가 성장하며 영역 보존을 위한 공격성이 증가한다. 점차 성인이 되어 가면서 성과 관련된 뇌 회로에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을 내보내고, 사랑회로와 성회로가 점차적으로 합쳐져 특정한 여성과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성인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짝짓기와 섹스, 보호, 위계질서, 영역 보존 회로를 활성화하게 된다. 아내의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에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는 올라가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진다. 때문에 성적 욕구 회로는 억제되며, 아빠와 아기의 공시성이 발전한다. 중년기가 되면 아주 서서히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노년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이십 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대신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증가하고,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져 애정과 감정에 민감해지고, 공격성이 약해진다.

 

남자의 뇌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통해서 우리는 소년기와 중년, 노년기의 현실적인 남자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사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생물학적 특징과 심리적인 차이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인 관계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부부나 가족 관계에서도 그렇다. 이해의 부족이 오해를 낳고 갈등을 유발하고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할 테고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남자를 향한 오해들을 이해하고, 남자에게 갖는 모든 고정관념을 풀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사랑하는 연인과 잘 안 풀리는 경우에도, 속 썩이는 남편 때문에 골치인 아내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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