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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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학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터무니없는 우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아학파에게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 세계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발생하는 모든 일은 원인과 함께 일어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성에 의해 일어납니다. 에피쿠로스학파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자신을 위로하듯 이렇게 말할 겁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반면 스토아학파라면 이미 일어난 비극에 대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반응했을 겁니다.    p.75

'철학'이라고 하면 어쩐지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고, 추상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철학이란 삶의 의미나 선과 악에 대한 중요한 질문으로 가득 차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얀 드로스트는 철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말 뜬구름 잡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알랭 드 보통에 의해 창립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생학교School of Life>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철학이 학문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일상 속에서 성찰하는 삶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테고리는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각 철학자들의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 등등을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간소한 생활 속에서 정신적 쾌락을 추구했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근거해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반면, 스토아학파는 인간은 이성적 절제를 통해서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플라톤과 함께 그리스 최고의 사상가로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중용의 덕목을 강조했으며, 그것이 곧 인간의 자기실현의 길이라고 여겼다.

우리가 하거나 하지 않는 모든 것은 무게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거나 하지 않는 순간 무게를 지니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합니까? 그럼 좋은 행동을 하십시오. 우리의 행동이 우리 자신이 됩니다. 사르트르가 의미 없이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이 쌓인 것은 개인 소장품이 아니고 온 세상 사람들이 들여다봅니다. 우리는 자신을 창조하면서 세상을 창조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p.394

네덜란드의 계몽주의자 스피노자는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만 존재하고 자연의 본질적 법칙에 따라 생성된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자체가 이성이며 정신이고 곧 신이라 생각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인 사르트르는 인간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존재라고 말했다. 원래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책임짐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갈 뿐이라는 거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미셀 푸코는 지식은 권력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모든 지식은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들 철학자들의 사상을 아주 쉽게 설명하면서,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철학을 강의하고 있어서인지 철학 이론들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책을 읽으며 사고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고, 경험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을 읽었다면, 아주 조금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친근하게 느껴졌을 거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철학에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했고, 이해하기 쉬웠고, 공감되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철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나는 처음 깨달았고, 내 삶에 철학적인 사고를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매 순간 생각해야 한다. 진짜 ''를 만나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삶을 위한 철학, 행복을 위한 철학'을 체감하게 해 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철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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