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멋있다. 운동이 취미이자 생활인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한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를 몰아세우기도 했으나 이젠 그러지 않는다. 나는 대체 왜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 않을 때 하지 않는 걸 자책하는 대신 할 때 즐겁게 한다.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일에 과분한 가치를 두었던 건 아닐까 회고하면서.    p.30

이상하게도 항상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건 아끼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 등 뭔가 상대에게 해줄 때는 안 그러면서, 왜 나한테 뭔가를 쓸 때는 기왕이면 저렴하고, 가격대비 괜찮아야 하고, 굳이 비쌀 필요 있나 싶어서 조금이라도 아끼게 되는 걸까. 그래서 이 책을 펼치면서 첫 장에 있는 4컷 그림 속 '오늘의 내게 쓰는 걸 아까워하는 건 슬픈 일이야'라는 문구가 가슴에 콕 박혀 버렸다. 도시락을 고를 때도 '싼 것 말고, 먹고 싶은 것으로, 중요한 건 지금 한 끼라도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작가의 말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내 힘으로 돈 벌어 먹고 살면서도 신세가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날이 많았고, 힘겹게 돈 버는 이유를 곧잘 잃어버리곤 했다고. 왜냐하면 그녀 역시 나처럼 스스로에게 소비하는 일을 늘 아까워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 먹고 싶은 것 먹으려고, 오늘 갖고 싶은 것 가지려고, 이번에 하고 싶은 것 하려고 돈을 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낭비가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하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은 아마도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살고 있는 거니까,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싫은 내색 하지 못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며 살기 위해 매일 아침 지옥철을 타고 회사에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일을 위해 오늘은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하거나, 언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의 불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부터 너무 근사하게 느껴진다.

 

 

 

내 감정은 타당성을 가리려 들거나 가치 판단을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슬프구나, 속상하구나, 기분이 나쁘구나' 알아주어야 하는 것. 슬프면 슬픈 거고, 속상하면 속상한 거고,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쁜 거다. 슬프면 슬퍼하고, 속상하면 속상해하고, 기분이 나쁘면 기분 나빠하면 된다. 쉬운 일이다. 그런데 때로 쉬운 일이 가장 어렵다.    p.112

우리는 열정과 노력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에는 뭔가 도태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뭔가 일을 만들어 굳이 해야 하거나,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산다. 쉬는 날에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고, 진짜 휴식이 뭔지도 알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밖에 없는데, 정작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그렇다면 우리는 뭘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란 말인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 왔었고, 남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보려고 했었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안 되겠다는 순간이 찾아왔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지금의 나로 행복하기 위해 나만의 좋음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발적 백수의 삶을 시작한 지 어언 5년째,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보기에는 시시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그렇게 살아서 발전이 있겠냐고 혀를 찬다 해도, 고단한 내일도 한번 살아볼 마음이 드는 건 오늘 좋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라는 걸 잊어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취미를 '그냥'할 수도 있는 것이고, 나만 아는 1인용의 쓸모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거창하고 대단한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저 사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자주 만드는 것, 가끔은 그게 사는 일의 전부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대로, 좋음을 누리기에 충분한오늘의 삶을 맘껏 누려보자. 우리의 현실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